교황, 몽골 도착… 제43차 해외 사도 순방 시작
Salvatore Cernuzio
무더위를 식히는 부드러운 바람이 9월 1일 오전 9시51분(현지시각)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이했다. 교황은 이날부터 오는 9월 4일까지 제43차 해외 사도 순방에 나선다. 최근 며칠 동안 현지 라디오 및 텔레비전 방송에서 이번 사도 순방의 “역사적” 성격을 강조하며 거듭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여정은 교황이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몽골을 방문하는 역대 최초 사도 순방이다.
소박하지만 감동 어린 환영식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지 보도는 몽골 티베트 불교도(라마교도)들에게 세계적 명성을 지닌 한 “인물”의 도착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냈다. 가톨릭 신자가 소수인 몽골은 국민 대부분이 티베트 불교도다. 도시의 거리에서는 통상적인 교황 사도 순방 때와 달리 수많은 인파는 물론 교황 환영 현수막이나 포스터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날 교황은 무엇보다도 “작은 양 떼”로 이뤄진 가톨릭 신자들의 감사인사와 함께 소박하지만 감동 어린 환영인사를 받았다. 꼰솔라따 선교 수도회의 몇몇 선교사들은 이 모습을 “자기 집을 방문하는 사랑하는 한 친척을 맞이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교황이 칭기즈 칸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땐 정적이 감돌았다. 앞서 교황은 로마에서 출발하면서 비행기 안에서 몽골 울란바토르지목구장 조르조 마렌고 추기경의 말을 인용해 몽골의 위대한 침묵을 성찰하도록 초대한 바 있다. 공항 환영 대기줄 가장 앞에서 교황을 기다리던 마렌고 추기경은 교황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교황의 도착
교황이 탑승한 이타항공 A330 항공기가 오전 10시경 울란바토르 칭기즈 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몽골 교황대사 직무 대행 중인 주한 교황대사관 1등 서기관 페르난도 두아르치 바로스 헤이스 몬시뇰과 의전 책임자는 각각 앞쪽 승강기 계단을 통해 비행기에 올라 교황을 맞이했다. 이어 교황은 승강기를 타고 내려왔다. 바투뭉흐 바트체첵 몽골 외교부 장관은 외교 정상이 몽골을 방문하면 늘 맞이하는 자리인 앞쪽 승강기 계단 아래에서 교황을 기다렸다.
비단과 면으로 만든 몽골 전통 의상인 붉은 ‘델’을 입은 젊은 여성이 소, 염소, 말과 함께 몽골에서 가장 흔한 동물 중 하나인 야크의 젖으로 만든 신맛나는 지역 전통 요리인 말린 요구르트를 교황에게 드렸다. 교황은 그릇에 담긴 말린 요구르트 한 조각을 집었다. 연설은 없었으며 몽골 국기를 상징하는 빨강, 파랑, 노랑이 어우러진 전통 제복의 군인들 및 의장대와 각 대표 인사들의 환영 축하 인사만 있었다. 이 자리에 중앙아시아 주교회의 의장 겸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삼위일체교구장 호세 루이스 뭄비엘라 시에라 주교도 참석했다.
환영식
교황은 바트체첵 몽골 외교부 장관과 공항 VIP 접견실에서 짧은 대화를 나눴다. 이어 인사를 나눈 후 교황전용차를 타고 울란바토르 남쪽 주요 산업 지역 중 하나인 칸울 지구에 위치한 울란바토르지목구청으로 이동했다. 교황은 자신을 환영하는 파랑 현수막이 걸린 주황 벽돌 건물인 울란바토르지목구청에서 순방 내내 머물 것이다. 모든 행사는 울란바토르에서만 이뤄진다. 공식 환영식은 이튿날 9월 2일 오전 몽골 대통령궁이 있는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열리며, 이곳에서 교황의 첫 일정으로 정부 관계자를 만난다. 교황이 울란바토르지목구청에 도착하자 한 무리의 노인과 병자들의 환영을 받았고 몇몇 어린이들은 입구에서 꽃다발을 전달하며 환영인사를 전했다.
영공을 통과하는 여러 국가 정부 당국에 보낸 전보들
교황은 약 9시간30분의 비행 동안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을 비롯해 영공을 통과하는 나라마다 전보를 보냈다. 먼저 조란 밀라노비치 크로아티아 대통령에게 교황은 그가 지난 2021년 교황청을 방문한 일을 떠올리며 “평화와 기쁨의 은총”은 물론 “크로아티아에 대한 풍성한 축복”을 기원했다. 또한 젤코 콤시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대통령위원에게 기도를 약속하며 “국가의 일치, 형제애, 화합을 위한 전능하신 주님의 축복”을 청한다고 전했다. 교황이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에게 보낸 전보에서도 “국가의 평화와 일치를 위한 기도”를 약속했고, 야코브 밀라토비치 몬테네그로 대통령에게는 “국가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했다. 아울러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에게 전보를 보내며 “일치, 기쁨, 평화의 은총”을 청했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기예 대통령에게는 기도를 약속하며 “국가에 형제적 화합과 평화를 위한 주님의 축복”이 깃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조지아 대통령에게 국가와 국민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전하며 모든 이의 “일치와 화합의 은총”을 위한 기도를 약속했다. 또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젠 대통령에게는 “국가에 형제애와 평화의 축복이 깃들길 바란다”며 “국민 모두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진심으로 청한다”고 전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에게는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국가에 풍성한 복을 내리시도록” 기도한다고 약속했다.
중국 국가 주석에게 보낸 메시지
끝으로 교황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몽골로 가는 길에 중국 영공을 통과하며 인사를 전한다”며 “국가의 안녕을 위한 기도를 약속하며 일치와 평화를 위한 하느님 축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왕 웬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교황에게 답신을 보냈다. 그는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교황청과의 건설적인 대화에 참여하고 이해를 증진하며 상호 신뢰를 강화하고자 계속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번역 안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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