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저는 한반도의 평화를 꿈꿉니다. 무기로 미래를 만들 수 없습니다”
Salvatore Cernuzio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16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외벽 벽감에 세워진 한국 순교자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성상 축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바티칸을 찾은 한국 순례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한반도의 평화라는 “꿈”을 “언제나 생각하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김대건 성인의 모습은 미래가 무기의 폭력적인 힘에 의해 건설되지 않고, 친밀한 온유함에 의해 건설된다는 것에 대한 믿음직한 증거입니다.”
교황은 성인의 모습이 갈등으로 분열된 “한반도와 온 세상을 위한 예언”이라며, 오는 2027년 차기 세계청년대회 개최지로 선정된 한국 교회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지난 2014년 8월 13일부터 “아시아의 젊은이여, 일어나라!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추고 있다”를 주제로 열린 제6차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한국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며 아름다운 증언을 보여줍니다. (...) 여러분은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에서 생기를 얻어, 자신을 선물로 내어주는 젊은 신앙, 뜨거운 신앙으로 초대를 받은 것입니다.”
죽어 열매를 맺는 밀알
한국 가톨릭 신자들은 이 소명을 간직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순교한 지 정확히 177년이 지난 오늘도 성인의 삶은 한국 신자들에게 등불이자 길잡이다. “이 위대한 성인의 치열했던 삶을 생각하니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제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이 말씀은 한국 최초의 사제이자 사제 서품을 받으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젊은 나이에 순교하신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이 소중한 씨앗이 된 여러분들 신앙의 아름다운 역사를 영적인 눈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말씀입니다.” 교황은 지난 2014년 제6차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김 안드레아 성인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솔뫼성지를 방문해 기도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곳에서 저는 침묵 속에서 특별히 한국과 젊은이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세계청년대회를 향한 젊은이들의 관심
교황은 연설에서 젊은이들에 초점을 맞춰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를 맞아 한국 교회에 청년들을 돌봐달라고 당부했다. “여러분이 지닌 신앙의 놀라운 역사와 여러분이 열정적으로 헌신하는 훌륭한 사목활동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젊은이들을 비롯한 많은 젊은이들이 효율성과 소비주의라는 잘못된 신화의 유혹을 받고 있으며, 쾌락주의의 허상에 끌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의 마음이 진실로 찾는 것은 이와 다릅니다. 그들의 마음은 더 넓은 지평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젊은이들을 잘 돌보아 주시고, 찾아가 주시고,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주시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십시오. 젊은이들이 내적으로 자유로워져서 진리와 형제애의 기쁨 가득한 증인들이 될 수 있도록 그들에게 복음의 아름다움을 선포해 주십시오.”
선교사들을 파견하십시오
교황은 그토록 “큰 열정”으로 임한 복음 선포가 김 안드레아 성인의 가장 아름다운 증거 중 하나라며, “고귀한 영혼”의 소유자인 성인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순교하고 어머니가 걸인처럼 살아야 하는 등 “여러 위험 앞에서도 물러섬 없이 수많은 고통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전하는 데 헌신했다”고 말했다. “김 안드레아 신부님을 바라보며, 사도적 열정을 키우라는 내면의 호소를 어떻게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요?” 교황은 이 같이 되물은 뒤 원고를 잠시 내려놓고 즉흥적으로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수많은 사제 성소의 은총을 받으셨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분들을 밖으로 내쫓아 주십시오.’ 신부님들을 선교에 파견해 주십시오. 사람들보다 신부님들이 더 많아진다면, 이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 신부님들이 한국 밖에서 선교사가 되길 바랍니다. 저는 한국 선교사들을 아르헨티나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여러분의 선교사들은 참 좋은 일을 하셨습니다. 선교사들을 파견하십시오. 꼭 필요한 분들은 남아 계시고, 그 외의 다른 분들은 선교사로 나가시길 바랍니다.”
복음은 편가르지 않고 일치시킵니다
평신도에게서 탄생하고 순교자들의 피로 비옥해진 한국 교회는 풍성한 열매를 맺었다. “평신도 사도직으로부터 일어나 순교자들의 피로 기름지게 된 한국 교회는 그 뿌리에서 신앙의 증인들의 한없는 복음적 열성과 평신도 교우들의 역할과 소명을 소중히 대하는 인식을 흡수하며 거듭나게 됩니다.” 교황은 이러한 관점에서 “폐쇄적인 자세를 버리고, 사제, 남녀 수도자 그리고 모든 평신도들이 함께 복음 선포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사목적 협력의 공간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음은 편가르지 않고 일치시킵니다. 복음은 온유함과 봉사의 정신 안에서, 자기의 문화와 역사 안에 우리가 온전히 녹아들게 합니다. 즉, 복음은 절대로 적대적인 대립을 초래하지 않고, 언제나 친교를 이룹니다. 친교를 이루는 것. 이에 대해 잘 생각해 보십시오.”
평화의 사도
교황은 각자 삶의 자리에서 “평화의 사도”가 되라는 성소를 재발견하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마카오에서 신학을 공부하던 김 안드레아 성인이 아편전쟁의 참혹함을 목격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분은 그러한 분쟁의 상황에서도, 모든 이를 만나고 또 모든 이와 대화하고자 하셨던 자신의 열망을 실현하시며 많은 이들을 위한 평화의 씨앗이 되셨습니다.”
“성인의 이러한 모습은 또 우리도 여정의 길을 걷는 이들의 동반자, 화해의 증인이 될 것을 촉구합니다. 그리고 성인의 이러한 모습은 미래가 무기의 폭력적인 힘에 의해 건설되지 않고, 친밀한 온유함에 의해 건설된다는 것에 대한 믿음직한 증거입니다.”
“저도 언제나 생각하고 기억하는 한반도의 평화라는 꿈을 우리 함께 김 안드레아 성인에게 맡겨드립시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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