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밤샘기도서 시노드에 “경청의 은사” 청원
Joseph Tulloch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30일 교회 일치를 위한 밤샘기도에 참석하기 위해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많은 순례자들에게 강론했다.
이날 교파를 초월한 그리스도교 지도자들을 비롯한 많은 신자들은 곧 열릴 세계주교대의원회 제16차 정기총회를 성령께 의탁하기 위해 모였다.
교황은 밤샘기도 말미에 행한 강론을 통해 침묵을 주제로 묵상하면서, 특히 오늘날 그리스도인에게 침묵이 지닌 3가지 가치를 특별히 강조했다.
침묵과 하느님의 음성
교황은 “침묵은 그리스도의 지상여정의 시작이자 마침”이라며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인 그분은 성탄의 밤과 파스카의 밤에 각각 구유와 십자가에서 ‘침묵’이 되셨다”고 말했다.
교황은 하느님께서 “소리 지르고, 뒷담화하고, 요란한 것”보다 침묵을 더 좋아하신다며 “엘리야 예언자에게 나타나실 때” 바람이나 지진, 불 가운데서 말씀하신 게 아니라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1열왕 19,12) 가운데서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진리는 사람들의 마음에 닿기 위해 굳이 격렬하게 외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교황은 우리도 신자로서 “그분의 음성을 듣기 위해 수많은 소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침묵 속에서만 그분의 말씀이 울려 퍼지기 때문입니다.”
침묵과 교회의 삶
두 번째로 교황은 사도행전에 주목했다. “사도행전에 따르면 베드로가 예루살렘 사도회의에서 연설한 후 ‘온 회중이 잠잠해졌다’(사도 15,12)고 기록돼 있습니다.”
교황은 “교회 공동체에서 침묵은 서로의 관점을 하나로 모으는 형제적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며 “성령께서 조화를 이루시는 분이시므로 그분께 귀를 기울이며 침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하느님 백성 안에 종종 숨겨져 있는 부분을 성령께서 몸소 말로 다 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로마 8,26) 우리를 대신해 간구해 주신다”며 “침묵은 성령께 귀를 기울이게 함으로써 참된 식별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이들에게 세계주교시노드 참가자들에게 “경청의 은사를 내려주시도록” 성령께 청하자고 초대했다.
침묵과 그리스도인의 일치
교황은 침묵의 세 번째 측면이 “그리스도인 일치의 여정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실로 침묵은 기도의 기본입니다. 교회 일치 운동은 기도에서 시작되며 기도 없이는 아무런 열매도 맺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우리가 함께 기도하면서 주님께 더 많이 의지할수록, 우리는 주님께서 우리를 정화하시고 우리의 차이를 넘어 서로를 일치시켜 주시는 분이라는 것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결론
교황은 함께하는 기도를 통해 다시 “침묵하는 법을 배워 하느님 아버지의 음성, 예수님의 부르심, 성령의 탄식에 귀 기울이도록 하자”며 강론을 마쳤다.
“세계주교시노드가 형제애의 때(kairós, 카이로스)가 되길, 성령께서 험담과 이념, 양극화로부터 교회를 정화하실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간청합시다. (...)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신비를 우리도 동방박사들처럼 일치와 침묵으로 경배하는 법을 알게 해 주시고, 우리가 그리스도께 더 가까워질수록 서로 더욱 일치하게 되도록 청합시다.”
번역 김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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