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 속에서 성모님을 발견한 체세게 할머니 “교황님의 장수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Salvatore Cernuzio
“우리는 서로 많은 말을 나누진 않았습니다. (...) 교황님이 제 이마에 손을 대어 축복하시고 장수를 누리도록 기도해 주셨습니다.” 체세게 할머니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나도 교황의 장수를 위해 기도했다”며 “몽골 음력 설날인 이사간 사르(Isagaan Sar) 기간 동안 교황이 바라는 것, 곧 건강, 좋은 여행, 교회 수장으로서 좋은 일을 행하도록 기도하고 특별히 선조들의 축복을 기원했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몽골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묻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체세게!” 할머니는 소녀처럼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를 보면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할머니는 맑은 어조로 말했다. “69세랍니다.”
교황의 사도 순방과 함께한 성모상
11명의 자녀를 둔 어머니인 체세게 할머니는 최근 막을 내린 교황의 몽골 사도 순방을 상징하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할머니는 약 10년 전 쓰레기 더미 속에서 오늘날 몽골 가톨릭 교회가 하느님의 어머니로 공경하고 있는 나무로 조각된 성모상을 발견했다. 지난해 몽골 울란바토르지목구장 조르조 마렌고 추기경이 몽골 교회를 의탁한 이 성모상은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주교좌성당에 모셔져 있다. 성모상은 교황의 사도 순방 행사와 함께했으며 9월 3일 교황이 아시아 각지에서 온 2000여 명의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거행했던 스테페 아레나(빙상체육관)에서도 함께했다.
게르에서 교황과 인사
체세게 할머니는 게르 안에 깔린 초록색 카펫 위의 주홍색 스툴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할머니는 다리 문제로 오랫동안 서 있지 못해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흰색 ‘델’(몽골의 축제 전통의상)을 차려 입고 검은색 가죽 부츠를 신고 있어 걷는 모습이 힘들어 보였다. 교황은 지난 9월 2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주교좌성당에서 주교와 사제, 선교사와 남녀 수도자, 사목협력자들을 만나기에 앞서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주교좌성당 앞에 마련된 유목민의 전통 천막 게르에 있는 체세게 할머니를 찾았다. 교황은 지팡이를 짚고 환대의 표시로 항상 열려 있는 게르의 나무 문 ‘칼가’를 향해 걸어갔다. 교황은 몽골 가톨릭 교회에 잘 알려진 이 작은 체구의 체세게 할머니를 만나고 싶어했고, 할머니는 게르에서 교황을 기다렸다.
성모상과의 만남
교황과의 짧은 대화 내용을 묻자 할머니는 「바티칸 뉴스」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되물었다. “제 이야기를 아시나요?” 할머니는 짧고 간단한 문장으로 대답했지만, 지난 2016년 7월 5일 쓰레기 매립지, 곧 몽골의 많은 가난한 이들처럼 타르한 지역의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일”을 하던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했다. 할머니는 트럭이 내리고 간 쓰레기 더미를 뒤지다 나무 조각품을 발견했다. 약 62센티미터 크기의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천에 싸여 있었다. 그동안 할머니는 사랑의 선교회 수녀들과 가끔 연락을 주고받긴 했으나 가톨릭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그 조각상을 즉시 쓰레기 더미에서 꺼내야 한다고 직감했다. 할머니는 누가 그 성모상을 버렸는지 알아내려고 애쓰기보다 오히려 성모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수녀들의 조언
“저는 이 조각상을 1년 동안 집에 보관했어요. 이 조각상을 보고 꼭 간직하고 싶었죠. 저는 이 조각상이 성모님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어요. 계속 보관하고 싶었습니다. 몽골에서는 모든 종교와 관련된 물품을 발견할 수 있답니다. 몽골은 정말 아름다운 나라예요.” 가난한 이들을 위해 끊임없이 자선활동을 펼치던 사랑의 선교회 수녀들은 할머니 집을 방문해 이 성모상을 어디서 구했는지 물었다. 이어 수녀들은 할머니에게 이 성모상이 하느님의 어머니, 곧 성모님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가톨릭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어요. 1980년대에 교회가 세워졌고 처음부터 누가 그곳에서 살고 일하는지 알고 있었죠. 타르한의 수녀님들은 이 성모상이 소중하다고 설명해 주셨어요. 그래서 남편과 저는 성당을 찾아가기로 결정했죠.”
하느님의 어머니께 봉헌된 몽골
체세게 할머니는 그 소중한 조각상을 교회에 기증하기로 했다. 그 후 몇 년 동안 성모상은 지역 본당 사무실에 남아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조르조 마렌고 추기경은 성모상을 직접 보러 갔고, 지난해 여러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모님께서 저희에게 무언가를 말씀하시려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곳에 가서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3월 25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에 지역 공동체와 논의해 해당 성모상을 공식적으로 울란바토르 주교좌성당에 모셨습니다. 모든 이에게 더 잘 알려지고 공경을 받을 수 있도록 말이죠.”
이 성모상은 현재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주교좌성당에 모셔져 있으며 “작은 양 떼”인 몽골 교회가 하느님의 어머니로 공경하고 있다. 작년에는 몽골 교회 전체를 이 성모님께 의탁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 한 여성의 작은 직감에서 시작된 큰 발걸음이다. 체세게 할머니는 고백했다. “이제 저는 가톨릭 신자랍니다. (...) 올해 5월, 성모상을 발견한 타르한 지역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교황에게 감사
체세게 할머니는 교황처럼 중요한 인물을 게르에서 잠시나마 직접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지금도 “큰 감격”이라고 말했다. “몽골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이번 방문에 대해서도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감사합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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