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를 섬기는 교회를 꿈꿉시다. 가장 취약한 이들을 착취하는 것은 중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29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 폐막미사를 거행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오늘 우리는 이 과정의 완전한 결실을 보지 못하지만, 보다 거시적인 관점으로 우리 앞에 펼쳐진 지평을 바라본다”며 “주님께서는 우리가 함께 가는 교회, 선교하는 교회가 되도록 이끌어 주시고 도와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꿈꾸는 교회는 “환대하고, 섬기며, 사랑하는 교회”이지 “착한 행실”의 성적표를 요구하는 교회가 아니다.

Salvatore Cernuzio

교회는 모든 이의 종, 지극히 보잘것없는 이들의 종이다. 환대하는 교회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문”이자 자비의 “안식처”다. “착한 행실”의 성적표를 요구하지 않는 교회는 하느님을 첫 자리에 두고 그분께서 선호하시는 이들, 곧 가난한 이들, 약한 이들, 전쟁이라는 “잔혹행위”의 희생자들, 이주민들, 세상의 “달콤한 말과 장밋빛 공약 이면에” 착취당하는 사람들 곁에 가까이 머문다. 

“가장 취약한 이들을 착취하는 것은 형제애를 훼손하고 사회를 황폐화시키는 중대한 죄악입니다.”

함께 가는 교회, 선교하는 교회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29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 폐막미사를 거행했다. 이번 정기총회를 위해 추기경, 주교, 남녀 평신도, 남녀 수도자, 전문가, 다른 종파의 그리스도인 형제자매들이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주제를 다루기 위해 지난 10월 4일부터 바티칸에 모였다. 이들 시노드 총회 대의원들은 4주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 폐막미사에 참례했다. 이날 미사는 교황이 주례하고 약 5000명의 신자들이 함께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이 기간 동안 우리가 “형제애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다양한 배경과 관심사 안에서 성령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오늘 우리는 이 과정의 완전한 결실을 보지 못하지만, 보다 거시적인 관점으로 우리 앞에 펼쳐진 지평을 바라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함께 가는 교회, 선교하는 교회가 되도록 이끌어 주시고 도와주실 것입니다. 이러한 교회는 우리가 하느님을 경배하고 우리 시대의 사람들을 섬기며 모든 이에게 복음의 위로와 기쁨을 전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교회입니다.”

하느님을 첫 자리에 둬야 합니다

섬기고 선포할 뿐 아니라, 환대하고, 경배하고 사랑해야 한다. 교황은 무엇보다도 “사랑”이 첫째가는 계명이자 “핵심 원동력”, “모든 것에 영감을 주는 원리”라며, 사랑에 관한 마르티니 추기경과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의 말을 인용했다. 교황은 “우리의 전략, 인간적인 계산, 세상의 방식도 아니고” 생명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대가로 생명을 요구하는 “우상”도 아닌, “목숨을 다하여 주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 이것이 바로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원리이자 기초”라고 말했다.

우리를 노예로 삼는 우상숭배

하지만 이 같은 사랑의 힘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 우선 하느님의 “거저 베푸시는 놀라운” 사랑에 대한 첫 번째 응답인 경배로 실천해야 한다. 경배는 사실 하느님께서 “우리 삶의 의미”이심을 깨닫는다는 걸 뜻한다. 그분을 경배함으로써 우리는 자유를 다시 발견한다. 이런 까닭에 성경에서는 주님을 향한 사랑이 모든 우상숭배와 맞서 싸우는 싸움과 연관돼 있다. 

“하느님을 경배하는 사람들은 우상을 거부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해방시키시지만, 우상은 우리를 노예로 삼기 때문입니다. 우상은 우리를 속이고 약속한 것을 결코 이뤄내지 못합니다. 우상은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우리는 온갖 종류의 우상숭배에 맞서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공에 대한 열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기 중심주의, 재물에 대한 탐욕 –  악마는 주머니를 통해 들어온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 , 출세주의의 유혹과 영성으로 위장한 우상숭배 형태 – 나만의 종교사상, 나만의 사목기술 – 등 종종 허영심에서 비롯된 세상의 우상숭배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교황은 “하느님보다 우리 자신을 중심에 두지 않도록 깨어 있도록 하자”며 “주님을 경배하는 것으로 돌아가자”고 권고했다. 

“교회는 경배해야 합니다. 모든 교구, 모든 본당, 모든 공동체가 주님을 경배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가 우리 자신이 아닌 예수님께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진정한 종교 체험은 세상의 부르짖음에 귀를 막지 않습니다

교황이 제시한 두 번째 동사는 “섬기다”이다. 이는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교황은 “세상의 부르짖음에 귀를 막는 진정한 종교 체험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웃에 대한 관심과 돌봄 없이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도 있을 수 없습니다. 이웃에 대한 관심과 돌봄이 없다면 우리는 바리사이가 될 위험에 빠질 것입니다.”

“교회를 개혁하는 방법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는 많지만, 하느님을 경배하고 그분의 사랑으로 형제자매들을 사랑하는 것, 이야말로 위대하고 영원한 개혁이라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전쟁 희생자, 이주민, 가난한 이들, 취약한 이들

교황이 원하는 “섬기는 교회”는 “상처 입은 인류의 발을 씻어주고, 취약한 이들과 약한 이들 그리고 버림받은 이들의 여정에 동행하며, 가장 가난한 이들을 온유한 사랑으로 만나러 나가는” 교회다.

교황은 “전쟁이라는 잔혹행위의 희생자들, 이주민들의 고통, 외롭고 빈곤한 상황에 처한 이들의 보이지 않는 고통, 삶의 짐에 짓눌린 이들, 더 이상 흘릴 눈물조차 없는 이들,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을 생각했다. 아울러 “달콤한 말과 장밋빛 공약 이면에 얼마나 많은 형태의 착취가 일어나는지” 그리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런 일을 방임하는 사태가 얼마나 많은지” 지적했다. 교황은 이를 중대한 죄악이라고 강조했다. 

“예수님의 제자인 우리는 세상에 다른 종류의 누룩, 곧 복음의 누룩을 전하고자 합니다. 하느님을 첫 자리에 모시고, 그분과 함께 그분께서 특별히 사랑하시는 이들, 곧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섬기는 것입니다.” 

지극히 보잘것없는 이들의 종

“형제자매 여러분, 이것이 바로 우리가 꿈을 꾸도록 부름받은 교회입니다. 곧, 모든 이의 종, 지극히 보잘것없는 이들의 종인 교회입니다.” 교황은 “환대하고, 섬기며, 사랑하고, 용서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교회는 “함께 가는 교회, 선교하는 교회”가 된다. 교황은 시노드 총회 대의원들에게 “시노드 총회 기간 동안 여러분이 이룬 모든 일과 앞으로도 이어갈 모든 일”에 대해, 아울러 “우리가 함께 걸어온 여정, 여러분의 경청과 대화”에 감사를 표했다. “감사를 표하면서 저는 우리 모두를 위한 기도도 바치고 싶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경배하고 이웃을 섬기며 날로 성장할 수 있길 바랍니다.”

“기쁘게 앞으로 나아갑시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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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10월 2023,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