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COP28 연설 “폭주하며 날뛰는 기후... 무기와 기타 군비에 사용되던 돈으로 빈곤퇴치 세계기금 조성합시다”
Salvatore Cernuzio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눈을 뜨고, 현재 기후위기에 책임이 없는 가난한 이들, 곧 피해자들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이며, “환경을 무분별한 착취의 대상으로 삼는 과도한 탐욕”에 맞서기 위해 뛰어들고, 기후변화 부정론과 재앙론의 “추종 집단주의”에서 벗어나 “생명의 문화”를 증진하는 프로젝트와 사업 개발에 집중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또한 무기와 기타 군비에 사용되던 돈으로 기아와 빈곤 퇴치를 위한 세계기금을 조성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OP28)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규탄과 희망의 메시지는 190개국 정상과 정부 수반이 모인 엑스포 시티에서 총회 사흘째 되는 날 크게 울려 퍼졌다.
시간이 촉박합니다
지난주 급성 기관지염에 따른 주치의의 요청으로 COP28 총회에 참석할 수 없었던 교황의 연설을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대독했다. 교황은 이 총회가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며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폭주하며 날뛰는 기후는 인간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착각을 멈추라는 경고처럼 들립니다.”
환경파괴는 하느님을 거스르는 죄입니다
교황은 각국 지도자들과 함께 이 ‘전환점’의 도전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 모두의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우리가 선택하는 현재에 달려 있기에 저는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환경파괴는 하느님을 거스르는 죄이며, 개인적이고 구조적인 죄입니다. 모든 인간, 특히 우리 가운데 가장 취약한 이들을 크게 위험에 빠뜨리고 세대 간의 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죄이기에 저는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다자주의
탈출구는 단 하나, “공생의 길, 다자주의”다.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여러 국가의 동맹을 뜻하는 다자주의는 차갑게 식어가는 반면 지구는 온난화로 뜨거워지고 있다. 교황은 1995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유엔 연설을 인용하며 “다자주의의 토대인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환경에 대한 돌봄뿐만 아니라 평화에 대한 돌봄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교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현재 진행 중인 수많은 전쟁으로 인류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지 모른다”며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악화시키는 분쟁에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생명을 앗아가고 우리 공동의 집(지구)을 파괴하는 무기에 얼마나 많은 자원이 낭비되고 있는지 모릅니다!”
기아퇴치 세계기금 조성
교황은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회칙 「민족들의 발전」(Populorum Progressio)의 제안을 다시 한번 제시했다. “무기와 기타 군비 지출 비용으로 기아를 종식시키고 더 가난한 나라들의 발전을 위한 세계기금을 조성합시다.”
교황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정치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과거의 낡은 사고방식인 배타주의와 민족주의의 편협한 접근방식에서 벗어나자”며 “문화적 변화가 없다면 지속적인 변화도 없으므로 대안이 될 공동의 전망을 수용하자”고 권고했다.
죽음의 문화가 아닌 생명의 문화를 위해 일합시다
교황은 우리가 현재 이 같은 변화가 아니라 기후의 변화를 목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지구적인 사회 문제이자 인간 생명의 존엄과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입니다.” 교황은 “우리는 생명의 문화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 아니면 죽음의 문화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 하고 되물었다.
“생명을 선택합시다! 미래를 선택합시다!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이고, 젊은이들의 희망과 아이들의 꿈에 귀를 기울입시다! 우리에게는 그들의 미래가 박탈당하지 않도록 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착취와 탐욕, 인간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착각
교황은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가 대부분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대기 중 온실가스 증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최근 수십 년 동안 “생태계의 지속 불가능”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생산과 소유에 대한 욕구”를 규탄하면서, 전환의 여정을 가로막는 첫 번째 장애물인 분열을 극복하자고 촉구했다.
“오늘날과 같이 모든 것이 온전히 연결된 세상은 전 지구적 공동선보다 자국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나라들의 입장과 연결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들의 입장 때문에 국제적 협의가 중요한 진척을 이루지 못합니다.”
가난한 이들과 높은 출생률에 책임을 전가하지 마십시오
교황은 “가난한 이들과 높은 출생률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시도”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는 단호히 불식시켜야 할 거짓주장”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문제는 가난한 이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전 세계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빈곤층의 오염 물질 배출은 10퍼센트에 불과한 반면,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빈곤층 사이의 격차는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하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원주민의 곤경, 삼림훼손, 기아의 비극, 식수와 식량의 불안정, 강제이주 등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의 진정한 피해자는 바로 가난한 이들”이라고 지적했다. “출산은 문제가 아니라 자원입니다. 출산은 생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위한 것입니다. 가족과 민족에게 강요되는 특정 이념적, 실용적 모델은 진정한 형태의 식민화를 나타냅니다.”
민중을 짓누르는 부채를 탕감해 주십시오
교황은 “이미 막대한 경제적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국가들의 발전에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다른 많은 국가들에 대한 생태적 빚에 책임이 있는 몇몇 국가들의 행적을 고려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우리가 이들에게 생태적 빚을 지고 있는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는 재정적 부채를 탕감할 적절한 방법을 모색하는 게 공평할 것입니다.”
다시 시작하는 여정
교황은 “부분적인 변화가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함께 진전을 이룰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새로운 시작”을 의미했다면서, 이제 우리가 “새롭게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COP28이 생태적 전환을 결정적으로 가속화할 수 있는 명확하고 가시적인 정치 의지를 보여주는 전환점이 되길 바랍니다.”
뒤로 물러서지 말고 앞으로 나아갑시다
교황은 “뒤로 물러서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협약과 결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감시, 정기 검사, 위반 행위 제재를 위한 적절한 장치가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면서 “이제는 더 이상 미룰 때가 아니라 여러분의 자녀와 시민, 국가와 세계의 안녕을 위해 실행에 나서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여러분은 구체적이고 일관된 대응을 마련하는 정책을 설계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여러분이 맡은 역할의 고귀함과 여러분이 수행하는 봉사의 존엄성을 입증하십시오.”
봉사하는 것이 권력입니다
권력은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 교황은 “시급하고 반드시 실행할 필요가 있는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한 정치인으로 기억될 뿐인 권력에 집착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경고했다.
“역사는 여러분에게 감사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살고 있는 사회는 안타깝게도 기후변화에 따른 파멸을 예언하는 이들과 무심한 방관자, 급진 환경 운동가와 기후변화 부정론자 사이의 다양한 ‘추종 집단주의’로 분열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의 진영에 합류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게 할 경우 평화 문제와 마찬가지로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교황은 “좋은 정치”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전쟁과 환경파괴의 어두운 밤에서 벗어납시다
끝으로 교황은 자신의 교황명과 사명에 영감을 준 아시시의 가난뱅이, ‘피조물 찬가’를 지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말을 인용하며 “2024년에 돌파구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분열을 떨쳐내고 힘을 하나로 모읍시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전쟁과 환경파괴의 어두운 밤에서 벗어나 우리 공동의 미래를 새롭고 찬란한 새벽으로 바꿔 나갑시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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