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한 국제바티칸특파원협회(AIGAV)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한 국제바티칸특파원협회(AIGAV)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교황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말고 진실을 말하세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22일 사도궁 클레멘스 홀에서 국제바티칸특파원협회(AIGAV)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험담이나 이념적으로 사건을 읽어내는 연약한 모래 위가 아니라 진실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견고한 반석 위에서” 활동을 전개하는 협회 회원들을 격려했다. 아울러 바티칸 전문 기자 루이지 아카톨리의 말을 인용해 교회의 이미지를 “고정관념”이나 “볼거리 위주의 정보” 혹은 정치적 척도로 왜곡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한 교회 내 추문 사건들을 “신중하게” 다룬 데 대해서도 감사를 표했다.

Salvatore Cernuzio

국제바티칸특파원협회(이하 AIGAV) 관계 기자들과의 만남은 이미 교황의 해외 사도 순방에 40차례 이상 함께함으로써 조성된 친밀한 분위기 안에서 이뤄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월 22일 사도궁 클레멘스 홀에서 남녀 기자들로 구성된 바티칸 출입 기자단을 만난 자리에서 “교황의 여정에 함께하는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알게 돼 기쁘다며 정치적 의도나 ‘예능 프로그램’으로 교회의 이미지를 왜곡하지 않도록 정보를 다룬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교회에 악영향을 끼친 몇몇 추문 사건과 관련해 “신중하게” 대처한 모습에 대해서도 감사를 전했다. AIGAV는 몇몇 회원에게는 노동조합이고 몇몇 회원에게는 바티칸 출입 기자 협회의 성격을 띠지만 교황청과 가톨릭 기관의 행보를 따르는 이들, 특히 이런 유형의 정보를 처음 접하는 많은 특파원들에게 있어 확실히 유익한 단체다.

국제바티칸특파원협회(AIGAV) 관계자들을 만난 교황
국제바티칸특파원협회(AIGAV) 관계자들을 만난 교황

언론인의 소명

현재 AIGAV 회원은 펜기자, 기술자, 사진기자, 프로듀서 등 250명에 이른다. 교황은 1월 21일 오전 8시 프랑스 가톨릭 일간지 ‘라 크루아’(La Croix)의 젊은 기자 루프 베스몽 드 센느빌이 이끈 AIGAV 관계자 150명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이들이 “선교로 똘똘 뭉친 공동체”라고 말했다. “제가 여러분을 ‘일찍 일어나게 했다’고 들었는데 죄송합니다!” 이 같은 농담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든 교황은 바티칸을 비롯해 이탈리아, 남부 유럽, 지중해, 각자의 출신 국가를 누비는 그들의 “노고”와 “열정”, 그들의 보도에 대한 “애정”을 잘 알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언론인은 병을 치료함으로써 인류를 사랑하기로 선택한 의사와 같은 소명을 받은 직업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언론인도 마찬가지로 이 세상과 사회의 상처를 직접 어루만지는 일을 선택합니다.”

피상성, 고정관념, 정치적 성향에 굴복하지 마십시오

교황은 “겉모습 이면을 들여다보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볼거리 위주의 정보”에 매달리는 “고정관념과 선입견의 피상성에 굴복하지 말라”며, 이러한 것들이 “진실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리 정해진 틀에 따라 사실과 의견을 쉽게 분류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바티칸 전문 기자들이 언론 환경에서 ”교회의 이미지를 조작하려는 대중매체의 태생적 한계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언론은 종교 소식을 왜곡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은 높은 수준에서 이념적으로 개입하거나 낮은 수준에서 볼거리 위주의 접근법으로 종교 관련 뉴스를 왜곡합니다. 전반적으로 교회의 이미지는 이중적으로 왜곡됩니다. 전자는 정치적 척도로 강요하는 경향이 있고, 후자는 경박한 뉴스거리로 전락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험담이나 이념이 아닌 진리의 반석 위에 세우는 기초작업

교황은 “쉽지 않지만 바로 여기에 바티칸 특파원의 위대함, 저널리즘 기술에 더해진 영혼의 섬세함이 있다”고 말했다. “베드로의 후계자(교황)를 둘러싼 여러분의 작업이 아름다운 것은 험담이나 이념적으로 사건을 읽어내는 연약한 모래 위가 아니라 진실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견고한 반석 위에 세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과 그 비참을 감추지 않고, 긴장 상황에서 설탕 발린 말만 하지 않으며,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않고, 교회의 본성에 비춰 본질적인 것을 포착하려고 노력하는 데 그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이는 하느님의 백성, 가장 단순한 사람들, 교회 자체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바티칸 역사의 산증인

교황은 “분열과 불신의 고랑 대신 지식과 소통의 교량을 놓는” 바티칸 특파원의 고된 사명을 되새기면서, 최근 80세가 된 루이지 아카톨리 기자의 말을 인용했다. 바티칸 역사의 산증인 아카톨리 기자는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라 델라 세라」의 ‘바티칸 담당’ 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교황의 사도 순방에 함께하며 기자 생활의 대부분을 보냈다.

교황은 아카톨리 기자가 어떤 책의 서문에서 자신의 바티칸 특파원 활동을 두고 “무자비할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며, 일반 언론이 필연적으로 시장원리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교회와 같은 까다로운 주제를 다루게 되면 엄청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묘사한 내용을 글자 그대로 인용했다. 아카톨리 기자는 바티칸 담당 기자로 많은 세월을 보내면서 “인생의 이야기를 찾아 전달하는 기술”을 익히고 “겸손을 배웠다”고 말했다. 교황에게 있어 아카톨리 기자의 사례는 “인간을 사랑하고 겸손을 배우는 데 있어 아름다운 격려”가 된다.

협회 대표 발렌티나 알라즈라키 기자와 인사를 나누는 교황
협회 대표 발렌티나 알라즈라키 기자와 인사를 나누는 교황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권고

아카톨리 기자의 사례는 한편으로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교황으로 선출되자마자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재개되기 몇 달 전 바티칸 소식을 전하는 언론인들에게 권고한 내용을 떠올린다. “교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세속적이고 정치적인 범주에 따라 분류하는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 교회 생활을 참으로 알려주는 것, 곧 교회의 종교적이고 윤리적인 목표와 교회의 영적 특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추문 사건에 대한 “신중함”

교황은 바티칸 전문 기자들이 “교회의 추문을 대할 때 자주 보여준 신중함”에 감사를 전하며, 피해자들을 존중하고 가장 민감한 세부사항과 관련해 “침묵”으로 섬세함을 보여준 데 대해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추문에 대해 말할 때 보여준 여러분의 이런 태도에 감사드립니다.”

일관성과 인내심

교황은 또 교황청과 교회에서 매일같이 들려오는 소식을 다루는 데 있어 업무 특성상 갑자기, 혹은 늦은 밤이나 주말에 취재해야 할 때도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기자들의 “일관성과 인내심”에 감사를 전했다. “교황 관련 소식으로 인해 여러분이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여러분의 자녀들과 함께 놀거나 남편과 아내와 함께할 시간을 빼앗은 데 대해 사과드립니다.”

“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고해성사 때 항상 부모들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아이들과 놀아주시나요?’ 자녀와 놀아주는 일은 아빠와 엄마가 해야 할 일들 중 하나입니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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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월 2024, 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