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혼인 무효 소송 사건에서 엄격한 태도와 편견을 물리치고 진리와 사람들의 선익을 구하십시오”
Salvatore Cernuzio
정의와 진리, 자비와 사랑으로 무장하고 편견과 엄격한 태도를 물리치며 “무릎을 꿇고” 식별 과정에 나서야 한다. 특히 기도하는 법을 모르거나 기도하지 않는 재판관은 사임하는 게 나으니 무엇보다 먼저 기도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25일 교황청 사도궁에서 사법연도 개시를 맞아 교황청 공소원 관계자들의 예방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민감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혼인 무효 소송 사건을 위한 재판을 다루는 지침을 언급했다. 이어 그것이 혼인을 무효화하는 게 아니라 혼인 무효 소송의 신속함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혼인 무효 소송을 두고 “항상 화두가 되는” 문제라며 “문제 상황에 처해 있는 신자들에 대한 자비심에 힘입은” 가정 사목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에서 이러한 자비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혼인 무효 소송에 관한 정의를 추구하는 우리의 노력을 약화시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사람들과 그들의 양심을 향한 자비의 관점에서 비춰볼 때 혼인 무효 소송에 대한 사법적 식별은 매우 중요합니다.”
혼인의 진리를 이해하도록 도우십시오
교황은 공소원 재판관들이 혼인 무효 판결 근거의 유무를 선언하기 위해 수행해야 할 ‘식별’이라는 주제에 큰 비중을 할애했다. 우선, 전제 조건이 있다.
“혼인 무효 소송 사건의 경우 이중 선고 요건을 폐지하고, 교구장 주교 앞에서 더 간소한 재판을 도입하며, 법원 업무를 간소화하고 접근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신자들이 혼인에 대한 진리를 이해하도록 돕는 사목적 필요성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막중한 책임
교황은 자의 교서 「온유한 재판관이신 주 예수님」(Mitis iudex Dominus Iesus)에서 강조한 것처럼 이 같은 절차가 “혼인의 무효를 용이하게 하는 게 아니라 소송 절차를 합당하게 단순화시켜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장려함으로써 자신들의 신분 상태가 명료해지길 고대하는 신자들이 지연된 재판 판결로 인해 불확실함이라는 어둠 속에서 오랫동안 고통받지 않게” 하려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황은 “판결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혼인 무효에 대한 도덕적 확실성에 도달하는 식별 과정은 “사람들과 가족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교회가 여러분에게 맡기는 책임이 막중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용기와 명석함으로 이 임무에 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성령의 빛과 힘에 의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재판관 여러분, 기도 없이는 재판관이 될 수 없습니다. 기도 없이는 재판관이 될 수 없습니다. 여러분 가운데 한 사람이 기도하지 않는다면 사임하는 게 낫습니다.”
편견과 엄격한 태도에서 벗어나십시오
교황은 “무릎을 꿇고” 기도하면서 식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개인과 온 교회 공동체의 선익을 위한 결정에 이를 수 있습니다.” 교황은 “재판관이 무릎을 꿇을 줄 모른다면 사임하는 게 낫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교황은 사법적 식별의 객관성을 겸비하기 위해서는 “혼인 무효 선언에 대한 찬반을 떠나 어떠한 편견도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절대적인 확실성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엄격한 태도”와 “최선의 대응은 항상 혼인 무효라는 잘못된 확신에서 비롯된 태도”에서 벗어나는 것을 뜻한다. 교황은 이를 두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사목적 외양만 추구하는 거짓 연민의 위험”이라고 꼬집었다고 말했다.
“재판관의 식별은 신중함과 정의라는 두 가지 큰 미덕을 필요로 하며, 이 두 가지 미덕은 사랑으로 지지를 받습니다.”
교황은 신중함이 “재량적 결정에 관한 게 아니라 혼인의 유익 여부에 관한 선언적 행위에 관한 것”이라며 “따라서 진정한 사목적 신중함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사법적 신중함이 정의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바람직한 식별은 “판결이 부정적일지라도 사목적 사랑의 행위”를 아우르는 동시에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법은 교회가 진리로 수호하고 선포와 선교를 통해 전하는 혼인의 불가해소성의 원칙에 따라 해석돼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시노달리타스” 과정
교황은 끝으로 시노달리타스와의 연관성을 언급했다. “보통의 경우처럼 재판소가 단체로 열리거나 재판관이 한 명뿐이지만 그가 권위 있는 사람들과 협의할 때, 식별은 진리의 공동 추구를 위한 허심탄회함과 상호 경청을 기본으로 하는 대화나 토론의 분위기에서 이뤄지게 됩니다. 이는 본격적인 선행 연구이기도 합니다.”
교황은 “진실을 입증하기 위해 모든 인간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성령께 도움을 청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판사가 판례와 법리 연구를 통해 꾸준히 자기 자신을 갈고 닦는 것처럼 성급하고 선험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예비 조사를 신중하게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때로는 기쁘지만 쉽지 않은 직분을 수행하는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교황은 지극히 지혜로우신 동정녀, 정의의 거울이신 성모님께 재판관들을 맡기며 여느 때처럼 자신을 위한 기도를 청했다.
“이 직분이 쉽지 않으니 저를 위해 기도하는 것도 잊지 마시길 부탁합니다. 때로는 기쁘지만 쉽지 않거든요.”
번역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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