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과 ‘밤비노 예수’ 소아병원 공동체와의 만남 교황과 ‘밤비노 예수’ 소아병원 공동체와의 만남  (Vatican Media)

교황, ‘밤비노 예수’ 소아병원 공동체 만남 “사랑을 베푸는 것이 여러분의 저력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16일 바오로 6세 홀에서 “다른 많은 직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수행하는 선교”에 헌신한 교황청립 ‘밤비노 예수’ 소아병원 공동체를 만났다. 교황은 교황청 국무원 소속 필리포 치암파넬리 몬시뇰이 대독한 연설을 통해 “평생의 헌신”과 “자원봉사”에 자신의 시간을 할애한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medeo Lomonaco

‘밤비노 예수’ 소아병원의 6개 지역 병원 공동체를 향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환대는 역사와 미래로 가득한 병원의 모습과도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3월 16일 바오로 6세 홀에서 ‘밤비노 예수’ 소아병원 의사, 간호사, 연구원, 행정직원, 환자 및 가족들이 교황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맨 앞줄에는 치료나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세계의 변방”, 특히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등 전쟁으로 피폐해진 지역에서 온 아이들을 포함해 200명이 넘는 아이들의 미소가 가득했다. 이날 교황과 ‘밤비노 예수’ 소아병원 공동체와의 만남은 지난 1924년 살비아티 공작 가문이 비오 11세 교황에게 병원을 기증한 지 100주년을 맞아 이뤄졌다. 1924년 2월 20일, 이탈리아 최초의 소아병원인 ‘밤비노 예수’ 병원은 그날 이후 모든 이를 위한 “교황의 병원”이 됐다.

삶을 돕는 삶

교황이 바오로 6세 홀에 도착하자 한 무리의 아이들이 “삶을 돕는 삶”이라는 슬로건이 담긴 현수막을 펼쳤다. 이 슬로건은 2024년에 계획된 다양한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문구다. ‘밤비노 예수’ 소아병원의 여러 지역 병원에 입원해 있는 몇몇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마음을 담아 써내려간 손편지 바구니를 교황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교황은 교황청 국무원 소속 필리포 치암파넬리 몬시뇰이 대독한 연설문을 통해 ‘밤비노 예수’ 소아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자신이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픈 아이들과 부모들의 고통에 슬픔을 느끼지만, 동시에 아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이뤄지는 모든 일을 보면서 큰 희망을 느낍니다.” 교황은 병원의 역사를 나타내는 세 가지 역할을 후원, 돌봄, 공동체로 꼽았다.

교황과 ‘밤비노 예수’ 소아병원 가족과의 만남
교황과 ‘밤비노 예수’ 소아병원 가족과의 만남

후원

오늘날 “유럽에서 가장 큰 소아연구 및 치료센터 중 하나”인 “밤비노 예수” 소아병원의 소명에서 “무상, 관대함, 기꺼이 하는 마음, 겸손의 가치를 지닌 후원”은 근본요소로 남아 있다. 교황은 “아이들을 위한 병원을 지으려고 어머니에게 자신들의 저금통을 건네준” 아라벨라 살비아티 공작부인의 자녀들의 행동을 기억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맥락에서 교황은 “우리 시대에는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어린 환자들을 위해 ‘밤비노 예수’ 파소스쿠로 지역 병원을 건립할 수 있었던 많은 후원자들의 너그러움을 기억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관점에서만 가장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여러분이 하는 일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고 미래를 향한 꿈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예컨대, 교황청과 이탈리아 간의 합의에 따라 최근 부지가 마련된 로마의 새 지역 병원 건립을 생각해 봅시다. 시설 및 장비의 보호와 유지 관리, 의료진과 운영진의 전문성 보장, 과학 연구, 전 세계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맞아들이는 일과 관련된 주목할 만한 일반 및 특별 재정후원은 사회적 상황이나 국적, 종교와 관계없이 제공된다는 점도 생각해 봅시다. 이 모든 과정에서 후원은 여러분의 존재와 행동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입니다.”

돌봄

교황은 오늘날 ‘밤비노 예수’ 소아병원을 특징짓는 두 번째 역할이 돌봄이라고 말했다. 이 역량은 “자녀들을 도와주고 치료해 달라는 가족들의 진심 어린 요청”에 대한 구체적인 응답이다. 교황은 또 “생의학 연구의 우수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러분 각자가 최선을 다하는 열정으로, 그리고 중증, 희귀, 또는 극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등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면서 그 열정을 발전시켜 나가길 바랍니다. 또한 과학과 전문 지식이 소수의 특권으로 남지 않도록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의 의사와 간호사 교육에 이바지하는 등 여러분의 연구 성과가 특히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모든 이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치료와 관련해 우리는 아이의 질병이 가족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환자 가족들이 여러분의 서비스로 지원을 받고, 병원 부속 시설에서 여러분의 친절과 친밀함으로 환대를 받고 동행을 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그들에게 큰 위안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때때로 어려운 조건에서 일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것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자격 요건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다른 것을 희생하더라도 친절과 온유한 사랑을 희생시켜서는 안 됩니다.”  

공동체

교황이 언급한 세 번째 역할은 공동체에 관한 것이다. 교황은 ‘밤비노 예수’ 소아병원의 사명을 특징짓는 가장 아름다운 표현 중 하나가 “삶을 돕는 삶”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삶을 돕는 삶은 함께 수행하는 사명으로 각자의 은사가 제자리를 찾는 공동 행동에 대한 표현이기에 아름답다”면서 이것이 “여러분의 진정한 저력이자 가장 어려운 도전에 맞서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실로 여러분의 소명은 다른 많은 직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수행하는 선교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을 헌신하는 일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자원봉사자로 자신의 시간을 헌신하는 일이며, 어떤 사람에게는 산모가 젖을 물릴 수 없는 입원 중인 신생아를 위해 혈액과 모유를 제공하는 일이고, 심지어는 살아있는 사람이나 사망한 사람의 몸에서 추출한 장기, 세포, 조직을 기증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몇몇 부모들은 사랑 때문에 세상을 떠난 자기 자녀의 장기 기증에 동의하는 영웅적 행동에 나서기도 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다양한 은사가 어린 환자들의 유익에 이바지하는 ‘함께하기’입니다.”

교황은 치암파넬리 몬시뇰이 대독한 연설이 끝난 후 환자, 의사, 간호사 그리고 “이 병원에서 그리고 이 병원을 위해 일하는 모든 이”를 축복했다. 끝으로 교황은 병원 전체 공동체에 대한 인사를 40분 넘게 이어갔다.

교황과 ‘밤비노 예수’ 소아병원 공동체와의 만남
교황과 ‘밤비노 예수’ 소아병원 공동체와의 만남

교황의 병원

자니콜로 언덕에 위치한 이 작은 병원은 1924년에 살비아티 공작 가문이 교황청에 기증한 유럽 최대 규모의 소아과 연구 및 치료 학술센터 중 하나다. 로마와 라치오 주는 물론 이탈리아 전역과 전 세계의 가족들이 찾는 이 병원은 627개의 병상을 갖췄으며, 6개 지역에 위치해 매년 약 9만5000건의 응급실 이용, 3만 건의 입원, 3만2000건 이상의 외과수술을 처리하고 있다. 가장 혁신적인 치료 분야로는 이식, 유전 및 대사 질환, 심장의학과, 외과, 신경과, 혈액종양학과, 재활의학과 등이 있다. 의료 서비스는 집중적인 연구 활동으로 보완되고 있다. 매년 300명 이상의 환자가 인도주의 차원에서 입원하고 있으며, 18개국이 의료진 교육과 고도로 전문화된 수술 제공을 위한 국제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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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3월 2024, 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