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강림 대축일 “성령을 통해 평화, 형제애, 정의, 연대를 일구어 나갑시다”
Benedetta Capelli
성령은 강력하시면서도 온유하시다. 강하되, 부드럽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19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한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 강론에서 성령을 정의하기 위해 서로 상반되는 이미지를 사용하며 이 같이 말했다. 실로 이는 우리 안에 숨을 불어넣으시고 교회의 사명을 길러나가시는 성령의 활동이다. 교황은 우리 마음을 변화시켜 주시는 “위로자” 성령께서 모든 이에게 복음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있어서 우리를 담대하게 만드신다면서도 “위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접근하게 하신다고 말했다. “우리는 성령의 권능과 온유함으로 복음을 선포해야 합니다. 그것은 오만한 태도나 계산적인 태도가 아니라, 성령께서 우리 마음에 가르쳐 주시고 우리 안에서 자라게 하시는 진리에 대한 충실함에서 나오는 에너지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위압적으로 복음을 선포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의 힘은 다른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성령의 권능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권력이 아니라 성령께 순응합니다. 우리는 전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복수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용서를 선포하며, 문을 걸어 잠그고 장벽을 세우는 사람들에게 환대와 연대를 말하고,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에게 생명을 선포하며, 모욕과 멸시와 배척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존중을 이야기하고, 자유를 피상적이고 불투명하며 공허한 개인주의의 방종과 혼동하며 모든 유대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충실함을 선포합니다. 또한 우리는 오늘날 사도직 생활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처럼 고난이나 조롱, 반대에도 겁먹지 않습니다.”
성령에 의해 치유된 마음
교황은 성경에서 바람과 불이 하느님의 권능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이러한 힘이 없다면 우리는 결코 혼자 힘으로 악을 물리칠 수 없으며 육의 욕망을 이길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더러움, 우상숭배, 분열, 시기 등(갈라 5,19-21 참조)은 우리에게 힘을 주시는 성령을 통해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메마르고, 굳고, 차디찬’(성령 송가 참조) 마음에 들어오시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욕망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망치고 공동체를 분열시키지만, 성령께서는 우리 마음속에 들어오시어 모든 것을 고쳐주십니다.”
성령께서 우리에게 기름을 부어주십니다
“우리 안에 계신 위로자 성령의 활동은 온유하다”고 말한 교황은 성령의 활동이 우리 욕망의 땅을 갈아엎고 우리 안에 조심스럽게 “덕의 모종”을 심어 사랑으로 보호하는 굳은살이 박힌 손과 같다며, 성령께서 그렇게 하시는 것은 우리가 “악과 싸우는 수고 끝에 하느님과의 친교와 자비의 감미로움”을 맛보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바람과 불은 닿는 모든 것을 파괴하거나 재로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거센 바람 같은 성령은 제자들이 있는 집 안을 가득 채웠고, 불꽃 모양의 혀와 같은 성령은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 교황은 이것이 바로 성령의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성령께서는 이처럼 강력해서 승리할 힘을 주시면서도 온유하시기도 합니다. 우리는 흔히 성령의 도유에 대해 말합니다. 성령께서는 우리와 함께하시기 때문에 우리에게 기름을 발라주십니다. 초대 교회 문헌에 나오는 아름다운 기도문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오, 주님! 당신의 온유함과 당신 사랑의 열매가 저와 함께 머물게 하소서!’(「솔로몬 송가」, 14,6)”
모든 이를 불러들이십시오
교황은 성령께서 우리 마음을 변화시키시고 담대함을 심어주신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도들처럼 우리도 “인종과 종교의 경계를 넘어 참으로 보편적인 선교를 위해” 힘차고 온유하게 복음을 선포하도록 부름받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이러한 성령의 권능으로 행동하는 동시에 모든 이에게 온유하게 복음을 선포하고 모든 이를 맞아들일 수 있도록 복음을 선포해야 합니다. 모든 이, 모든 이, 모든 이를 명심합시다. 잔치에 초대받았지만 가지 않으려 했던 사람들에 대한 혼인잔치의 비유를 잊지 맙시다. ‘고을 어귀로 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 오너라. 그래서 그 종들은 거리에 나가 악한 사람 선한 사람 할 것 없이 만나는 대로 데려왔다’(마태 22,9-10).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온유하게 나가서 모든 이를 불러들일 힘을 주십니다. 모든 이를 맞아들일 수 있는 온유함을 주십니다.”
희망이 필요합니다
교황은 “우리 모두에겐 희망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희망은 한낱 “낙천주의”가 아니라 해안가에 내린 “닻”과 같다며 우리가 희망의 밧줄을 부여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희망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평화, 형제애, 정의, 연대의 지평으로 눈을 들어야 합니다. 이것만이 유일한 삶의 방식이며 다른 길은 없습니다. 물론 희망으로 가는 그 길이 항상 쉽지만은 않습니다. 실제로 구불구불하고 오르막길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령의 도우심과 그분의 선물을 통해 함께 그 길을 걸으며 다른 이들도 그 길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론 말미에 교황은 성령께 꾸준히 기도함으로써 우리의 신앙을 새롭게 하자고 당부했다.
“오소서, 성령이여 창조주시여, 저희 마음을 비춰주시고, 저희 마음을 당신의 은총으로 채워주소서. 저희 발걸음을 이끌어주시고, 저희 세상에 당신의 평화를 주소서. 아멘.”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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