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베르지네 대수도원 수도승 공동체의 예방을 받은 교황 몬테베르지네 대수도원 수도승 공동체의 예방을 받은 교황  (Vatican Media)

교황, 몬테베르지네 수도승들에게 “세상의 사고방식, 세상의 방식을 따르지 마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13일 사도궁 콘치스토로 홀에서 설립 900주년을 맞이한 이탈리아 남부 아벨리노 주 소재 대수도원 공동체의 예방을 받았다. 교황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몬테베르지네 성모성지가 폭격으로부터 그리스도 수의를 지켜냈음을 떠올렸다. “이 또한 여러분의 중요한 소명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곧, 여러분 안에 있는 그리스도의 형상을 지키고 이를 형제자매들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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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으로는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영적으로는 세상의 문제와 근심에 매우 가까이 있는 수도승들은 침묵 속에서 주님과의 친교를 지키는 동시에 다른 이들을 환대하는 너그러운 주인”이 되어 “세상의 사고방식과 세상의 방식을 따르려는 유혹에 굴복하지 않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 현존의 생생하고 웅변적인 표징”이 돼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13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아벨리노 주 소재 몬테베르지네 성모성지 대수도원 수도승들의 소임과 사명을 이 같이 강조했다. 1124년 베르첼리의 굴리엘모 성인이 설립한 몬테베르지네 성모성지 대수도원은 설립 900주년 희년을 맞아 교황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기적이나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목자의 간청”으로 시작된 수도원의 기원을 설명하며 연설을 이어갔다.

교황을 예방한 몬테베르지네 수도승
교황을 예방한 몬테베르지네 수도승

모든 활동의 중심에 기도가 있어야 합니다

당시 아벨리노교구장은 높은 곳에 교회를 세우고 “하느님을 섬기는 소수의 사람들을 모아 그곳을 기도와 복음화, 자선의 중심지로 삼으려” 했다. 교황은 기도, 복음화, 자선이야말로 대수도원 공동체의 삶과 사도직의 초석이라며, 무엇보다 “스스로를 ‘하느님께 드리는 선물’이 되게 하라”고 격려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일, 곧 기도를 모든 활동의 중심에 두는 수도승 소명의 의미입니다. 베네딕토 성인은 어떤 활동도 기도보다 우선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성모님의 “크고 선한” 눈

자기 자신을 “하느님께 드리는 선물”로 만든다는 것은 “망루처럼 높은 곳에 위치해 이르피니아 전역에서 볼 수 있는” 몬테베르지네 성모성지에 모셔진 매우 아름다운 성모성화에 표현된 성모님의 “크고 선한 눈”을 갖도록 기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에도 순례 때 부르는 사투리로 쓰여진 성가를 포함해 수많은 전통 성가를 들을 수 있습니다. 순례 중 새로운 힘을 얻기 위해, 위로와 희망을 찾기 위해 종종 수많은 신자들이 맨발로 이곳으로 모여듭니다.” 교황은 “커다란 아몬드 모양의 눈을 하신 성모님이 사람들의 눈물과 기도를 모을 준비를 하신 채 당신 무릎 위에서 아기 예수님을 모든 이에게 보여주고 계신다”며, 이것이 우리가 본받아야 할 성모님의 모범이라고 말했다.

몬테베르지네 성지
몬테베르지네 성지

전쟁 동안 그리스도 수의를 지킨 “은총”

교황은 대수도원의 긴 역사를 되짚으며 몬테베르지네 수도승 공동체가 받은 “은총”을 떠올렸다. 수도승 공동체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폭격의 위험으로부터 그리스도의 시신을 감쌌던 ‘성의’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성지 안으로 비밀리에 옮겨 보관했다. 

“이 또한 여러분의 중요한 소명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곧, 여러분 안에 있는 그리스도의 형상을 지키고 이를 형제자매들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주세요

교황은 이러한 발자취를 따라 “하느님의 선물이 되라”고 초대했다. 곧, 성지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아낌없이” 자기 자신을 내어줌으로써 그들이 “성체성사와 화해의 성사(고해성사)에 가까이 다가가게 하고, 관심과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어머니의 망토 아래 그들이 인도되고 안겨 있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빛을 찾아 여러분에게 오는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수도승들에게 연설하는 교황
수도승들에게 연설하는 교황

“맘마 스키아보나”의 눈길 아래

연설을 마무리하며 교황은 수도승들에게 “마리아의 집에 손님이 되어 ‘맘마 스키아보나’(Mamma Schiavona, 검은 성모)라고 정겹게 불리는 몬테베르지네 성모님의 자애로운 눈길 아래에서 살아가는” 선물을 소중히 간직하라고 당부했다.

“이 선물을 잘 가꾸어 모든 이와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십시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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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5월 2024, 2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