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로마는 보편의 도시… 2025년 희년은 중심과 변방을 이어줄 기회”

프란치스코 교황이 6월 10일 로마 시청을 방문해 끊임없이 환대하고 포용하며 너그러워지는 로마의 “진면모”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순례자, 관광객, 이주민이 로마로 막대하게 유입되는 현상을 두고 부담을 느껴선 안 된다며 “로마의 모든 문제는 한편으로 위대함으로 가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위기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발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교황은 2025년 희년의 성공을 위해 교회 당국과 협력하려는 “전폭적인 의지”를 두고 이탈리아 정부에 감사를 표했다.

Salvatore Cernuzio

로마는 “보편적” 소명을 받은 도시, 역대 교황과 황제들의 본산지, 문명의 요람이자 전 세계에서 오는 이들을 환대하는 터전, 진귀한 예술품과 과거의 위대한 자취를 지키는 보호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6월 10일 로마 시청을 방문해 2025년 희년 개최지, 공의회 개최지, 각종 국제조약 체결지, 올림픽 개최지 로마가 도시 미관과 공공 서비스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교황청-이탈리아 정부 간의 “전폭적인” 협력을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로마가 이탈리아, 교회, 인류 가족에 대한 “책임”과 그 매력으로 인해 “세계에서 유일한” 도시라고 언급한 교황은 로마의 위대함을 강조하면서도 여러 가지 문제와 난제를 잊지 않았다. 교황의 이번 방문은 2019년 로마 방문과 2020년 산 에지디오 공동체가 주최한 평화의 기도 모임(당시 모임은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열림) 참석 이후 세 번째 방문이다.

포로 로마노(로마제국 유적지)를 내려보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로베르토 괄티에리 로마 시장
포로 로마노(로마제국 유적지)를 내려보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로베르토 괄티에리 로마 시장

2025년 희년을 바라보며

교황은 율리우스 카이사르 홀에 배석한 시평의원, 시의원, 시부처장들을 비롯한 로베르토 괄티에리 시장을 대상으로 연설하며, 6개월 후 2025년 희년의 시작을 알리는 성문이 열린다고 말했다. 이어 희년이 “종교적 성격의 행사”라면서도 “도시 미관을 개선하고, 도심(중심)과 교외(변방)를 더 가깝게 연결해 공공 서비스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드는 등 도시의 얼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세기 동안 로마의 특징이었던 자선, 포용, 환대의 정신을 잃지 말라고 격려했다.

콸티에리 시장과의 만남

교황은 이날 예정시간인 9시보다 20분 일찍 도착했다. “영원의 도시” 로마가 터를 잡은 언덕들 가운데 가장 작은 언덕(캄피돌리오 언덕) 위로 여전히 잿빛 구름이 감싸고 있을 때,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삼색 어깨띠를 두른 로베르토 괄티에리 로마 시장이 교황 전용차로 도착한 교황을 맞이했다. 교황은 비토르키아노에서 온 신자들의 트럼펫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포로 로마노(로마제국 유적지)가 내려다 보이는 ‘타불라리움’으로 향하기에 앞서 괄티에리 시장과 악수를 나누며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 교황은 괄티에리 시장과 함께 시장 집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세나토리오 궁에서 비공개 대화를 나눈 후 아라초 홀에서 시장 가족과 시장 비서실 직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어 반디에레 홀에서 방명록 서명을 남겼다. “멀고도 긴 여정 끝에 로마가 탄생했습니다. 로마시, 존경하는 시장님, 직원 여러분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여러분의 주교 프란치스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동상 뒤편에 보이는 시청 입구에서 교황과 괄티에리 로마 시장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동상 뒤편에 보이는 시청 입구에서 교황과 괄티에리 로마 시장

율리우스 카이사르 홀

대화와 민주주의, 공개 토론의 장인 율리우스 카이사르 홀에 교황이 들어서자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교황의 첫 행동은 홀에 유일하게 참석한 어린아이에게 인사하며 축복하는 것이었다. 괄티에리 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금은 체념이 아닌 용기가 필요한 때”라며 로마를 위한 “도약”을 강조했다. 스베틀라나 첼리 시의회 의장은 교황 방문을 두고 “최근 몇 달 동안 2025년 희년을 준비하고 있는 로마시를 향한 사랑과 친밀함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하고 실질적인 증거”라고 정의하는 한편 “수백만 명의 순례자들을 최대한 잘 맞이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도심(중심)과 교외(변방)의 조화

수천 명의 순례자와 관광객이 로마로 몰려들게 될 2025년 희년에 대한 성찰도 교황 연설의 핵심이었다. 교황은 가장 오래됐지만 가장 최근까지 이어진 역사를 모두 아우르는 로마의 천 년 역사를 바탕으로 연설을 이어갔다.

“다가오는 희년은 도시 미관을 개선하고, 도심(중심)과 교외(변방)를 더 가깝게 연결해 공공 서비스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드는 등 도시의 얼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선물을 교환하는 교황과 괄티에리 로마 시장
선물을 교환하는 교황과 괄티에리 로마 시장

정부와 로마시의 협력

교황은 로마시 당국과 이탈리아 정부의 “적극적이고 관대한 협력” 없이는 이 같은 대규모 행사를 안전하게 치를 수 없다며 “이탈리아와 교황청의 상호관계를 특징짓는 우호적 협력 의지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희년의 성공을 위해 교회 당국과 협력하려는 이탈리아 정부의 전폭적인 의지에 감사드립니다.” 교황은 시간이 갈수록 굳건해지는 관계를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이탈리아 통일 시대를 두고 “새롭게 등장한 단일 국가와의 갈등과 오해 끝에 ‘로마 문제’라고 명명된 상황에서 95년 전 시민 세력과 교황청 간의 화해가 이뤄지면서 새로운 단계가 열렸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정교협약 개정 40주년을 떠올리며 “이탈리아 국가와 가톨릭 교회가 각각 독립적이고 주권적이며 상호적인 관계 안에서 이 원칙을 온전히 존중하고 인간과 국가의 공동선을 온전히 증진하기 위해 서로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황 방문 기념패
교황 방문 기념패

돈 관계가 아니라 인간 관계

이러한 협력에 대해 교황은 연설문을 내려놓고 즉흥적으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많은 경우, 사사로운 일로 인해 관계는 돈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관계의 본질은 인간입니다.” 교황의 말에 박수가 쏟아졌다. 이러한 상호 관계는 희년에 더욱 분명하게 밝혀질 것이다. 교황은 2025년 희년이 “자선, 포용, 환대를 위한 봉사”로 로마의 “보편 정신”을 회복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며 순례자, 관광객, 이주민, 가난한 이들, 외로운 이들, 병자들, 갇힌 이들, 소외된 이들이 이 같은 보편 정신의 “진정한” 증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즉석에서 이렇게 덧붙였다. “이런 까닭에 저는 한 교도소에서 ‘희년 성문’ 행사를 열기로 했습니다.”

“권위란 모든 이를 섬길 때, 시민들, 특히 가장 약하고 보잘것없는 이들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정당하게 행사될 때 온전해진다는 것을 그들이 증거하길 바랍니다.”

시청에서 방명록에 서명하는 교황
시청에서 방명록에 서명하는 교황

세계 곳곳에서 오는 이들을 맞아들입시다

교황은 “로마가 끊임없이 환대하는 얼굴, 친절한 얼굴, 너그러운 얼굴, 고귀한 얼굴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로마 언덕에 자리 잡은 문화와 역사의 위대한 보화는 로마 시민과 통치자들의 명예인 동시에 무거운 책무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제대로 평가되고 존중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합니다.”

다시 태어날 로마

교황은 로마가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즉흥적으로 호소했다. “트로이의 폐허에서 다시 태어난 로마의 기원을 잊지 맙시다.” 아울러 “모든 이가 로마의 가치, 로마가 모든 대륙에서 대표하는 상징을 알아듣길 바란다”며 “로마에 존재하는 모든 주체 간의 상호 적극적인 협력이 더욱 자라나 지속적이고 조화로운 활동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인사

율리우스 카이사르 홀에서 이뤄진 만남은 선물 교환으로 마무리됐다. 괄티에리 시장은 시의회 방문 기념으로 교황에게 은메달과 사회 사업 성격을 띤 계획에 대한 문서를 선물했고, 교황은 다양한 선물로 화답했다. 먼저 로마시에 티투스 개선문을 본뜬 모자이크를, 로마 시장에게는 세 종류의 희년 기념주화를 선물했고, 시의원들에게는 희년 발표 칙서 「희망은 실망하지 않는다」(Spes non confundit)와 희년 기념주화를 선물했다. 교황은 “형제애로 넘치고 따뜻한 환대”에 다시금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희년 때 만납시다! 그때 모두 만나요!”

교황은 한 사람씩 줄을 서서 기다리던 참석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다음, 휠체어를 타고 세나토리오 궁의 발코니로 이동해 로마 시민, 시민 보호대, ‘아마’ 직원, 치안부대, 경찰, 시청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미켈란젤로 광장을 내려다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도시를 위해 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교황은 시민들에게 “모두 함께” 성모송을 바치자고 초대했다. 이 모습은 11년 전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 이후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를 떠올리는 장면이기도 했다. 

방문 기념패 공개

로마 시청 방문 마지막 단계는 교황 방문 기념패 제막식으로 이어졌다. 기념패는 “베드로의 후계자이자 로마 주교이며, 공동의 집 돌봄 선구자이자 보편적 형제애의 산 증인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라는 문구가 담겼다. 이어 지난 2019년 로마 시청 방문 당시 교황이 직접 축성한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홀에 들른 다음, 프로토모테카 홀에서 시청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끝으로 비토르키아노 신자들의 트럼펫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바티칸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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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6월 2024, 0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