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가자지구 폐허가 된 가자지구  (AFP or licensors)

교황 “갈등과 분쟁을 부추기는 불의와 불평등을 타파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24일 제15차 국제가톨릭의원네트워크(ICLN) 연례회의 참가자들을 만나 전쟁은 패배임을 다시금 강조했다. 아무도 위기에서 혼자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한 교황은 “다른 이들과 함께” 해결해야 한다며 협상, 중재, 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교황은 “끔찍한” 냉소적 메시지들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경고하며, 국제인도법을 지지하기 위해 더욱 견고한 법적 기반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Antonella Palermo

제15차 국제가톨릭의원네트워크(International Catholic Legislators Network, 이하 ICLN) 연례회의가 8월 22-25일 로마와 로마 인근 도시 프라스카티에서 “전쟁의 세상: 끝없는 위기와 분쟁–우리에게 주는 의미는?”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 회의에 참석한 약 170명의 참가자들이 8월 24일 교황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중요하고도 비통한 주제를 다시 다뤘다. 이 맥락에서 교황은 공직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품격 있고 실효성 있는 리더십’을 위한 도구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ICLN 회원들 앞에서 세 가지 중요한 방향을 제시했다.

형제애, 정의, 평화의 세상을 건설하는 방법

교황이 연설에서 첫 번째로 강조한 요점은 광범위한 분쟁이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제3차 세계대전”을 초래했다는 사실이다. 교황은 이러한 상황을 가리켜 “끝이 없으며 멈출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하며, 연설 원고에서 잠시 눈을 떼고 이러한 상황이 실제로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아울러 선의의 모든 이, 특히 인류 가족의 일치를 지향하는 복음의 비전에서 영감을 받은 이들과 형제애, 정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했다. 

“현재의 위기는 국제사회가 기울여온 꾸준한 노력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자외교를 통해 인류 가족이 직면한 심각한 불의와 시급한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문제에 대응하려는 협력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교황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교황

전쟁을 포기하십시오 

교황은 회칙 「Fratelli tutti」를 인용해 모든 전쟁이 “정치와 인류에게 패배를 안겨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굴복하는 것이 항복이 아니라 전쟁 자체가 항복”이라고 덧붙였다. “전쟁은 진정한 패배입니다.” 아울러 “현대 무기의 엄청난 파괴력은 전통적인 전쟁의 경계를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들었다”며 “많은 경우 군사행동이 사실상 군인과 민간인을 구별하지 않은 채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날마다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죽음과 파괴의 장면을 보면서 우리 양심이 무뎌져서는 안 됩니다. 성경이 전하는 가난한 이들, 과부와 고아들의 절규를 들어야만 전쟁 속에 자리한 악을 직시하고 평화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수 있습니다.”

협상을 통한 평화의 길

교황이 언급한 두 번째 방향은 끈기와 인내, 곧 용감한 사람의 덕목으로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교황은 “적절한 때든 그렇지 않든” 평화를 모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협상, 중재, 조정을 활용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올해 교황청 주재 외교단에게 한 신년연설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국제협력의 정신을 위한 대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 대화는 “국제협력기구에 대한 신뢰의 재건”을 통해 더욱 원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국제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이러한 기구의 지속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인도법을 지지하고 그 법적 기반을 더욱 견고하게 다지는 데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구의 자원을 더욱 공정하게 분배하고, 개인과 민족의 온전한 발전을 보장하는 작업을 수반합니다. 이를 통해 분쟁을 장기적으로 심화시키고 불의와 폭력을 전 세계적으로 증폭시키는 불평등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교황청 사도궁에서 회의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교황
교황청 사도궁에서 회의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교황

공동선을 위한 대화의 필요성

사회가 분열되고 해체되는 상황에서, 교황은 다시금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을 인용하며 우리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전지구적 차원에서도 관계의 붕괴를 막기 위한 바람직한 길을 제시했다.

“때때로 우리는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경우를 맞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갈등을 의미 있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화의 정신과 타인 및 그들의 입장에 대한 민감성이 필요하며, 공동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정의를 위한 공동의 헌신이 필요합니다. 잊지 마세요. 갈등에서 혼자 빠져나올 수는 없습니다. 갈등에서 벗어나려면 다른 이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혼자서는 결코 갈등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전쟁에 지친 세상, 희망이 필요합니다

끝으로 교황은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세대를 위한 모범이 되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전쟁에 지친 우리 세상”이 “전쟁 없이는 살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를 위해 협력하는 기구들을 세운 그 희망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은 희망이 아닙니다. 전쟁은 희망을 주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약속에 대한 신뢰로 지탱되는 공동선을 위한 여러분의 헌신이 우리 젊은이들에게 모범이 되도록 하십시오. 젊은이들이 자주 접하는 절망, 비관주의, 냉소주의의 메시지에 맞서 희망과 이상을 보여주는 모델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이 끔찍한 냉소적인 메시지들을 간과하지 맙시다!”

2020년 8월 4일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 희생자들의 얼굴이 인쇄된 스카프를 교황에게 선물하는 한 참가자
2020년 8월 4일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 희생자들의 얼굴이 인쇄된 스카프를 교황에게 선물하는 한 참가자

ICLN 사명

ICLN의 사명은 공직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지속적인 신앙 교육과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지침을 제공해 모든 이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품격 있고 실효성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ICLN은 로비나 정치적 영향력 행사에 관여하지 않고 채텀 하우스 규칙(Chatham House Rule)에 따른 독립성, 비당파성 및 기밀 유지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 ICLN 누리집은 “우리는 도덕적 리더십이 무너지고 정치적 책임이 부재하며 정의로운 입법이 급속히 쇠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적 소속에 관계없이 리더십을 양성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목표는 각자의 국가에 봉사하면서 최고 수준의 윤리적, 전문적 기준을 준수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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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8월 2024, 0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