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께 바치는 교황의 기도 “로마와 세계 평화를 위해 빌어 주소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5일 성모 대성전 봉헌 축일 제2저녁기도에 함께했다. 이날 ‘로마 백성의 구원’이신 성모 성화를 바라보자고 초대한 교황은 이 성화에서 “은총이 신앙심 안에 도사리고 있는 온갖 신화적, 주술적, 심령론적 외피가 제거된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교황은 2025년 희년에 “많은 순례자들이 이 대성전에 와서 성모님을 통해 주님께 복을 청할 것”이라며 “오늘 우리는 일종의 선봉대로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Salvatore Cernuzio

그 장면은 로마 사람들이 약 115번이나 친숙하게 보아온 인상적인 장면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인들을 지켜주는 성화, 곧 ‘로마 백성의 구원’이신 성모 성화 앞에서 기도하는 모습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날은 그 장면을 둘러싼 상황이 다르다. 눈의 성모님 축일을 맞아 교황이 성모 대성전 봉헌 축일 제2저녁기도에 함께한 일과 더불어, 중동 지역의 긴장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으로 인해 인류가 겪고 있는 고통스러운 현실이 겹쳐지면서, 교황이 성모님께 의탁하는 평화의 기도가 더욱 엄숙하게 다가온다. 

“우리의 도시 로마와 온 세상을 위해, 특히 평화를 위해 성모님의 전구를 청합시다. 회개하고 용서받은 마음에서 참되고 항구한 평화가 흘러나옵니다.”

성모 대성전에서 “눈 내림의 기적” 사건이 재현되는 동안 기도하고 있는 교황
성모 대성전에서 “눈 내림의 기적” 사건이 재현되는 동안 기도하고 있는 교황

기적

교황은 성모 대성전에 묻히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성모 대성전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 교황이 눈의 성모님 축일로 알려진 성모 대성전 봉헌 축일 제2저녁기도 전례에 참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축일은 358년 8월 4일 밤과 5일 새벽 사이에 일어난 “눈의 기적”을 기념한다. 당시 성모님이 로마 귀족인 조반니 부부의 꿈에 나타나 눈이 내리는 곳에 당신에게 봉헌된 성당을 지으라고 이르셨다. 그 귀족이 꿈 이야기를 리베리오 교황에게 전하자 교황은 당장 행차 분부를 내렸다.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8월에 내린 이례적인 눈은 오늘날 성모 대성전이 서 있는 땅의 경계를 표시했다. 

역사, 신앙, 신심

1983년부터 로마교구는 3일에 걸친 풍요로운 준비 기도를 마친 다음, ‘마니피캇’(성모 찬송) 성가를 부르며 대성전 천장에서 내리는 하얀 꽃비를 통해 기적을 기념해 왔다. 이날 오후 교황은 성모 대성전 부수석사제 롤란다스 마크리츠카스 대주교가 주례하는 제2저녁기도에 참례해 이 역사적이고 신앙적인 순간에 함께했다. 약 600명의 신자들이 대성전에 자리했으며, 또 다른 100여 명은 대성전 외부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예식에 함께했다.

조금 일찍 차를 타고 도착한 교황은 제2저녁기도 말미에 전통적으로 루카 성인이 그린 것으로 알려진 ‘로마 백성의 구원’이신 성모 성화 앞에서 개인적으로 기도했다. 교황은 해외 사도 순방 전후나 입퇴원 후 항상 파올리나 경당에 모셔진 이 성모 성화를 찾았다. 이날 교황은 손에 흰 장미 한 다발을 들고, 혼자 잠시 고요히 그 앞에 머물렀다. 

성모 대성전 봉헌 축일이자 ‘눈의 성모님’ 축일 제2저녁기도 거행
성모 대성전 봉헌 축일이자 ‘눈의 성모님’ 축일 제2저녁기도 거행

거저 주어진 것에 대한 놀라움

교황은 제대 옆에 마련된 붉은 카펫 위 단상에서 행한 강론을 통해 ‘로마 백성의 구원’이신 성모 성화와 “눈 내림의 기적”이 두 가지 “표징”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교황은 “눈 내림의 기적”이 단순히 “전설”에 불과한 게 아니라 상징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에게,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알아듣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교황은 하느님께서 하늘에서 눈을 내리게 하신 내용에 관한 집회서의 구절을 인용했다. “사람들은 흰 눈송이의 아름다움을 보고 경탄하며 그 떨어지는 모습에 마음을 빼앗긴다”(집회 43,18). 교황은 ‘경탄’과 ‘놀라움’을 강조하며 원고를 내려놓고 즉흥적으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이 두 가지를 잊지 맙시다. 곧, 경탄하고 놀라워하는 역량입니다. 이 두 가지 역량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들이 우리로 하여금 신앙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눈이 내리는 것을 보면서 ‘눈은 경탄하고’ ‘마음은 놀라워합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눈 내림의 표징을 은총의 상징으로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은총은 아름다움 그리고 거저 주는 현실을 하나로 묶어 줍니다.”

교황은 은총이 “돈을 주고 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지만 “선물로만 받을 수 있고, 따라서 완전히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여름 로마에 내리는 눈처럼 말이죠.”

고대 성모 성화

교황은 이러한 내면의 태도로 “이 대성전의 보화”와도 같은 고대 성모 성화를 바라보자고 초대했다. 이어 성모자 성화를 자세히 설명하며 이 성화 안에서 “은총이 그리스도교적 형태로 완전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 성화에서 은총은 신앙심 안에 도사리고 있는 온갖 신화적, 주술적, 심령론적 외피가 제거된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본질

교황은 ‘로마 백성의 구원’이신 성모 성화에 ‘성모자’라는 “본질적 요소”만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모님은 “은총이 가득하시고, 죄 없이 잉태되셨으며, 갓 내린 눈처럼 티 없이 깨끗하신” 분이라며 “하느님께서 그 여인을 경탄과 놀라움으로 바라보시고 어머니로 택하셨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기 예수님은 왼손으로 성경을 들고 오른손으로 강복하는 몸짓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모님이 처음으로 강복을 받으셨습니다. 모든 여인 중에 복되신 분이시죠. 그분의 검은 망토는 아드님의 금빛 옷을 돋보이게 합니다. 성자 안에서만 신성의 충만함이 깃들어 있습니다. 성모님의 얼굴은 성자의 영광을 반영합니다.”

교황은 준비한 원고를 내려놓고 “우리 모두를 거룩하게 하는 이 성화를 바라보자”고 초대했다. “잠시 성화를 바라봅시다.” 아울러 하느님을 믿는 백성은 “하느님의 어머니를 통해 주님께 복을 청하러 온다”며 “성모님은 성령의 역사를 통해 언제나 오직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흘러나오는 은총의 중재자이시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제2저녁기도의 한 장면
제2저녁기도의 한 장면

희년을 바라보며

교황은 특히 다가오는 희년에 “많은 순례자들이 이 대성전에 와서 성모님을 통해 주님께 복을 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늘 우리는 일종의 선봉대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의 도시 로마와 온 세상을 위해, 특히 평화를 위해 성모님의 전구를 청합시다. 회개하고 용서받는 마음에서만 참되고 항구한 평화가 흘러나옵니다. 용서가 평화를 이룹니다. 용서는 주님의 고귀한 품성이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그분의 성혈에서 평화가 흘러나온다”며 “그분은 성모님에게서 받으신 그 피를 죄의 용서를 위해 흘리셨다”고 말했다. 끝으로 교황은 에페소 공의회 말미에 알레산드리아의 치릴로 성인이 성모님에게 바친 인사로 강론을 마무리했다. 그런 다음 참석한 신자들에게 마음을 모아 그 인사로 기도하자고 초대했다. 

“모두 함께 세 번 반복합시다. ‘거룩하신 하느님의 어머니, 하례하나이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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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8월 2024,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