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인도네시아 사도 순방 “극단주의와 빈곤 등 공동의 도전에 맞서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도네시아 사도 순방 첫 공식 일정으로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평화가 언제나 “정의의 열매”임을 확신해야 한다고 초대했다. 아울러 사회적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Alessandro De Carolis

다양한 문화와 이념 사이에서 “지혜롭고 섬세한 균형”을 이루기 위해 ‘조화, 공정성, 인간 기본권 존중’을 목표로 하는 정치를 구현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헌법 서문에는 신과 신의 축복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두 차례나 포함돼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4일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에서 이 같이 인도네시아 건국의 기본가치와 인도네시아 사도 순방 표어 “신앙, 형제애, 연민” 사이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또 “극단주의와 불관용”에 맞서 싸우라고 요청하며, 맑고 순수한 신앙으로 사회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러한 신앙이 한낱 겉으로 보여주는 신앙도 아니고 “분열과 증오를 조장하는 도구로 전락”한 신앙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관저 앞에 함께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대통령 관저 앞에 함께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이 아름다운 땅”

인도네시아 도착 다음 날인 9월 4일 교황의 첫 번째 공식 일정은 이른 아침 주인도네시아 교황대사관에서의 비공개 미사 봉헌으로 시작됐다. 미사 후 교황은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스타나 메르데카 대통령궁으로 이동했다. 대통령궁에 도착한 교황은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을 입은 어린이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환영을 받으며 환영식이 진행될 대통령궁 앞 정원에 도착했다. 이어 대통령궁 앞에 마련된 단상에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함께 자리해 의장대 사열을 받았다. 의장대 사열을 받은 후 대통령궁 접견실로 이동한 교황은 방명록에 메시지를 남기고 서명했다. 메시지 내용은 몇 분 후에 있을 정부관계자들, 시민사회 대표단 및 외교사절단 등 300여 명과 가질 만남에서 연설할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이 아름다운 땅,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만나는 대화의 장 속에서, 인도네시아 국민이 신앙과 형제애, 연민 속에서 성장하길 기원합니다. 하느님께서 인도네시아를 축복하시길 빕니다!” 방명록에 서명을 마친 교황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만났다. 

교황 환영식에 참석한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을 차려 입은 어린이들
교황 환영식에 참석한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을 차려 입은 어린이들

평등과 권리 존중

교황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만난 후 정부 관계자들, 시민사회 대표단 및 외교사절단을 만났다. 교황은 연설을 통해 지역 교회의 지속적인 기여와 함께 “균형 잡힌 사회”를 위해 여러 계층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조화로운 모자이크화와 같은 인도네시아에 찬사를 보냈다. 

“이는 모든 국민에게 맡겨진 장인의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정치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조화, 평등, 인간의 기본권 존중, 지속 가능한 발전, 연대, 평화 추구와 같은 가치들을 위해 헌신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를 나누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를 나누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도구화된 신앙

교황은 인도네시아의 이러한 노력이 오늘날 세상에서 “보편적 형제애의 발전을 저해하는 경향”에 대한 모범이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황은 하느님께 대한 신앙이 “평화, 친교, 대화, 존중, 협력, 형제애가 아닌 분열과 증오를 조장하는 도구로 전락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여러 지역에서 발생하는 폭력적인 분쟁은 상호 존중의 결핍, 자신들의 이익이나 입장, 혹은 부분적인 역사적 서술을 무리하게 강요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종종 공동체 전체에 고통을 안겨주고, 전쟁과 유혈사태로 이어지게 됩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궁 방명록에 서명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인도네시아 대통령궁 방명록에 서명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인도네시아, 가정과 아이들의 땅

교황은 인도네시아가 세상에 주는 또 다른 모범사례로 높은 출산율을 꼽았다. 교황은 원고를 잠시 내려 놓고 인도네시아 가정이 대부분 “서너 명이나 네댓 명의 자녀들”을 두고 살아가고 있는 반면, 세상의 다른 나라들은 사회적 불균형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출산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 국가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부인 출산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교황은 이러한 정치적 선택이 많은 경우 “사회 정의를 이루기 위한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헌신”의 부재와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단을 갖지 못한 채 심각하고 점점 더 커지는 사회적 불균형에 맞설 방어책도 없이 주변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이는 극심한 갈등을 촉발시키기도 합니다.”

끝으로 교황은 국정을 담당하는 이들의 업무가 항상 “평화는 정의의 열매”라는 신념에서 영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조화는 우리의 이익과 비전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의 선을 추구하고, 다리를 놓으며, 합의와 시너지를 촉진하고, 도덕적, 경제적, 사회적 고통의 모든 형태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 평화와 화합을 증진할 때 이뤄진다”고 말했다. 교황의 연설이 끝나자 긴 박수가 이어졌다. 교황은 전통의상을 차려 입고 깃발을 흔드는 군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대통령궁을 떠났다. 

번역 김호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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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9월 2024, 1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