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파푸아뉴기니인들에게 “하느님은 우리 삶을 이끄는 나침반이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8일 포트모르즈비의 “존 기즈 경” 경기장에서 미사를 거행하고 하느님과 형제자매들 그리고 복음에 마음을 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약 3만5000명의 신자들에게, 사람들과 주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고 느끼지 말라고 격려했다. 아울러 내적으로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상태가 우리 삶에서 기쁨을 앗아간다고 경고했다.

Benedetta Capelli

흰 제단 위 다채로운 부족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꾸며진 기둥들, 깃털 장식의 의상에서 번져 나오는 노란색, 빨간색, 베이지색의 색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녹색 제의와 어우러져 파푸아뉴기니의 “다양성 안의 조화”를 더욱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북소리와 발걸음에 맞춰 울려 퍼지는 성가가 입당 행렬을 이끌었고, 행렬은 ‘존 기즈 경’ 경기장에 마련된 제단 앞에 멈췄다. 약 3만5000명의 신자들이 참례한 가운데 영어로 미사가 봉헌됐다. 신자들은 경기장과 주변 공간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몇몇 신자들은 이날 새벽 2시부터 포트모르즈비대교구 소속 사제들과 함께 기도하며 교황을 기다렸다. 축제의 들뜬 분위기는 점차 경건하고 숙연한 미사 분위기로 이어졌다. 미사 독서는 파푸아뉴기니의 820개가 넘는 현지 언어 중 하나인 톡 피신(Tok Pisin)어로 봉독됐다. 톡 피신어는 영어를 바탕으로 한 크레올어로, 주로 파푸아뉴기니 북부 지역에서 통용된다. 

포트모르즈비의 경기장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포트모르즈비의 경기장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용기

베드로의 후계자(교황)가 30여 년 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이어 태평양의 “외딴 곳” 파푸아뉴기니에 건넨 것은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였다. “이 땅에 사는 여러분은 파푸아뉴기니가 멀리 떨어져 있는 외딴 곳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혹시 여러분이 주님과 떨어져 있고 사람들과도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아닙니다. 여러분은 성령 안에서, 주님 안에서 하나입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말씀하십니다. ‘파푸아뉴기니 사람들아, 용기를 내어라.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 마음을 열어라! 복음의 기쁨에 너희 마음을 열고, 하느님과의 만남에 너희 마음을 열고, 형제자매들의 사랑에 너희 마음을 열어라.’ 이 초대 앞에서 우리 가운데 누구도 귀먹거나 말 못하는 상태로 남아 있지 않길 바랍니다.”

닫힌 마음

교황은 강론에서 마르코 복음에 나오는 귀먹고 말 더듬는 이가 오늘날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귀먹고 말 더듬는 이는 듣지도 보지도 못하고, 자기 자신에게 갇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교황은 이 측면을 특별히 강조하며 요르단 강 건너편 데카폴리스 지역이라는 “변방”에서 하느님과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귀먹고 말 못하는 상태로 막혀 있는” 그 사람의 상황을 돌아보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교황은 또 하나의 ‘막힌 상태’, 곧 마음이 닫힌 상태, 마음이 굳어진 상태를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귀와 혀가 아니라 우리 마음이 닫히게 되면 내적으로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찾아옵니다. 이기심, 무관심, 과감히 나서길 두려워하는 마음, 원망, 증오 같은 감정들이 우리 마음을 닫아버리면, 우리는 하느님과 형제자매들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모든 것이 결국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멀어지게 하고, 형제자매들과의 친교도 끊어버리며, 우리 삶에서 기쁨을 앗아갑니다.”

미사에 앞서 골프카트를 타고 신자들에게 인사하는 교황
미사에 앞서 골프카트를 타고 신자들에게 인사하는 교황

친밀함

교황은 “이러한 멀어짐에 대해 하느님께서는 상반되는 방식으로 응답하신다”며 “바로 예수님의 친밀함”이라고 설명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가까이 계시는 하느님이시며, 자비로우신 하느님이십니다. 우리의 삶을 돌보시며, 모든 거리를 뛰어넘어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존 기즈 경” 경기장 제단 가까이 모셔진 성모상
“존 기즈 경” 경기장 제단 가까이 모셔진 성모상

나침반

예수님께서는 가까이 다가오심으로써 내적으로 귀먹고 말 더듬는 우리를 고쳐 주신다. 교황은 “우리가 정말로 멀리 떨어져 있다고 느끼거나, 하느님과 형제자매들 그리고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로 결심할 때, 우리는 우리 자신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마음을 닫아버리며, 결국 우리 자아만을 중심으로 맴돌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하느님 말씀과 이웃의 부르짖음에 귀를 막고 하느님과 이웃과 소통할 수 없게 됩니다.” 

“‘마음을 여십시오!’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느님께 우리 마음을 열고, 형제자매들에게 우리 마음을 열고, 복음에 마음을 열어 복음을 우리 삶의 나침반으로 삼아야 합니다.”

교황의 이 같은 초대는 복자 요한 마추코니의 체험을 바라보며 그 여정을 이어가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복자는 신앙에 대한 증오로 도끼에 맞아 순교한 교황청 외방전교회 선교사다. “수많은 어려움과 적대 속에서도 그는 그리스도를 여러분 가운데 전했습니다. 아무도 구원의 기쁜 소식 앞에서 귀먹은 상태가 되지 않고, 모든 이가 혀가 풀려 하느님의 사랑을 노래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포트모르즈비대교구장 존 리바트 추기경과 인사를 나누는 프란치스코 교황
포트모르즈비대교구장 존 리바트 추기경과 인사를 나누는 프란치스코 교황

선교사들에게 감사하는 교회

미사 말미에 포트모르즈비대교구장 존 리바트 추기경도 파푸아뉴기니 교회를 위해 목숨을 바친 많은 순교자들을 기억하고자 했다. “저희는 폭력, 살인, 재산피해, 자연재해 등 매우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많은 생명이 희생됐습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항상 평화, 발전, 치유, 축복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는 끝으로 교황 방문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교황 방문이 “우리에게 축복과 평화를 전하고 우리를 격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로마 교회와의 일치 안에서 “우리 신앙의 깊이를 더했다”고 말했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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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9월 2024, 1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