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당부 “하루살이 스타 말고 하느님 사랑의 증인이 되십시오”
Benedetta Capelli
2024년 11월 24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미사 말미에 포르투갈 청년들의 손에서 한국 청년들의 손으로 전달된 세계청년대회(WYD) 십자가는 단순한 인수인계 이상의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각별히 공경하는 ‘로마 백성의 구원이신 성모 성화’가 이 거룩한 순간을 함께했다. 교회는 이렇게 2027년 서울을 향해 순례의 발걸음을 내딛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희망과 두려움, 기쁨을 예수님과 성모님의 보호에 맡겼다.
“우리 모두 예수님과 그분의 십자가,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을 한결같이 바라보며 나아갑시다. 그러면 어려움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것이고, 세상의 비난에 움츠러들거나 남들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주신 유일무이한 존엄성을 지키며, 구원받은 자녀로서의 확신과 성모님의 자애로운 보호하심 안에서 그 어떤 타협이나 꾸밈도 없이 참된 모습 그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존엄성은 어떤 꾸밈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사랑 안에 머무르며 모든 이를 위해 살아가는 진리의 증인으로 기쁘게 나아갑시다. 부디 이 기쁨을 잃지 마세요.”
깊어지는 시대의 아픔에 관한 물음들
강론에서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을 구원하러 오신 온 누리의 임금이심을 묵상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지만 우리 시대의 고통스러운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채 쉽사리 답을 찾지 못하는 무거운 물음들이 있다며 “전쟁과 폭력이 끊이지 않는 현실, 날로 심각해지는 생태위기”를 비롯해 청년들이 직면한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 “우리 사회를 양극화로 이끄는 분열과 불평등”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세상의 비난에 움츠러들지 마세요
교황은 △비난 △타인의 시선 △진리 등 “우리가 마주한 도전들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이 될 세 가지 핵심어를 깊이 있게 다뤘다. 먼저 교황은 예수님께서 받으신 세상의 비난을 언급하면서, 빌라도가 “무력으로 유지해온” 자기 관할 구역의 질서가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아 메시아를 고발한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고 설명했다. 이 성경 일화를 통해 교황은 젊은이들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했다. 곧, 예수님을 따른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더라도 움츠러들지 말고, 자신이 잘못한 것이라고 느끼지 말며, 획일화의 압박에 굴복하지 말라는 것이다. 교황은 그러한 비난과 고발이 결국 무너지고 그저 “허상”에 불과했음이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시듯, 영원히 남는 것은 다른 무엇입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의 실천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영원히 남아 우리 삶을 아름답게 만듭니다!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랑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세상의 ‘비난’에 움츠러들지 마세요. 계속해서 사랑하세요! 하지만 주님의 빛 안에서 사랑하고,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그런 사랑을 하세요.”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사랑
두 번째 핵심어는 “타인의 시선”이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나라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면서 권력의 논리를 모조리 거부하셨다. 교황은 오늘날의 젊은이들도 이처럼 살아갈 수 있다며 “사람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받고, 칭찬받으려는 강박에 물들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어 타인의 인정에 매달리다 보면 “밀치고 경쟁하며, 거짓된 모습을 보이고 타협하며, 자신의 이상과 존엄성마저 팔아넘기게 된다”고 경고했다. “하느님께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여러분의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십니다.” 교황은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세상의 인정이 아니며 그것이 우리 행복을 보장하지도 않는다면서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거저 주어지는 사랑”이라고 말했다. “자유로워지십시오. 하지만 그저 그런 자유가 아닌, 여러분의 존엄성과 어우러지는 참된 자유를 누리십시오.”
“여러분의 영혼을 꾸미지 마세요. 마음을 가리지 마세요. 있는 그대로 살아가세요. 진실되고 맑은 모습으로 살아가세요. 소셜미디어나 그 어떤 매체에서도 ‘하루살이 스타’가 되려 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반짝이도록 초대받은 하늘은 그보다 더없이 넓고 깊습니다. 그곳은 사랑으로 가득한 하느님의 품입니다.”
작은 빛들로 수놓은 하늘
교황은 하느님의 하늘이 우리를 굳건하게 하는 “작은 빛들”로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하늘이 “세상의 별처럼 빛을 발한다”면서도 홀로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거저 내어주는 사랑”의 빛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사랑은 사고팔 수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거저 내어주는 것입니다.”
“이런 작은 빛들을 보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곧, 부부 사이의 충실한 사랑이 있고, 아이들의 티 없이 맑은 기쁨이 있습니다. 젊은이 여러분의 열정도 있죠. 여러분, 그 열정만은 꼭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어르신들을 향한 따스한 마음씀씀이도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르신들을 잘 돌보고 있나요?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뵙고 있나요? 그리고 삶 속에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정직하게 일하며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자비를 실천하고 있나요?”
‘나’라는 이름의 거대한 속임수
교황은 세 번째 핵심어 “진리”를 설명하며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특히 진리가 “모든 불의와 불행의 뿌리”가 되는 ‘나’라는 감옥에서 우리를 해방시키고 “충만한 존엄성” 안에서 우리를 성장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만간 성인품에 오를 복자 피에르 조르조 프라사티의 발언을 인용하며 그럭저럭 살아가지 말라고 권고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서로 사랑하며 사랑 안에서 진리를 증거하세요.”
“세상일이 하느님의 손을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역사가 폭력을 휘두르는 자들, 힘으로 누르는 자들, 교만에 빠진 자들의 것이라는 말도 진실이 아닙니다. 우리를 괴롭히는 수많은 악은 인간이 저지른 것이며 악마의 속임수이지만, 마지막에는 모든 것이 하느님의 심판 앞에 놓이게 됩니다.”
하느님 앞에서
교황은 분쟁과 폭력으로 얼룩진 오늘날의 현실을 되짚었다. 아울러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시지만, 결코 우리를 홀로 내버려두지 않으시고 우리를 끊임없이 사랑하시고 다시 일으켜 세우신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의 생명을 짓밟고 전쟁을 일으킨 이들이 주님 앞에 서게 될 때 어떤 얼굴로 설 수 있겠습니까? ‘왜 그 전쟁을 일으켰느냐? 왜 죽음을 부르는 일을 했느냐?’ 하고 주님께서 물으시면, 그들은 무슨 말로 답하겠습니까? 이 물음 앞에 우리 함께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전쟁을 일으키지도, 사람을 죽이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그런 일들을 했을 뿐입니다. (...)’ 주님께서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느냐? 왜 그토록 불의한 일을 행했느냐? 왜 네 허영심을 채우는 데 그 돈을 썼느냐?’ 하고 물으실 때, 우리는 또한 어떤 답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주님께서는 이러한 물음들을 우리 각자에게도 던지실 것입니다.”
십자가 곁의 성모님
교황은 포르투갈 청년들이 한국 청년들에게 전하는 WYD 대회 상징물인 십자가와 성모 성화에 대해 언급하며, 예수님과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를 바라보라고 권고했다.
“한국 청년 여러분, 여러분은 주님의 십자가, 생명의 십자가, 승리의 표징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십자가만 받는 것이 아닙니다. 성모님께서도 함께하실 것입니다. 우리를 늘 예수님께로 이끄시는 분이 바로 성모님이십니다. 우리가 어려운 순간을 겪을 때마다 우리의 십자가 곁에서 도와주시는 분도 성모님이십니다. 그분은 어머니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엄마입니다. 진정 우리의 엄마입니다. 성모님을 깊이 생각하세요.”
하느님의 불굴의 사랑에 대한 확신
교황은 십자가와 성모 성화 전달식 거행에 앞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온 세상에 가지고 다니라며 젊은이들에게 맡긴” 이 WYD 상징물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교황은 특별히 전쟁의 희생자가 된 젊은이들을 언급했다.
“사랑하는 한국 청년 여러분, 이제 여러분 차례입니다! 여러분은 아시아에 십자가를 모시고 가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모든 이에게 선포하게 될 것입니다. 용기를 내세요! 오늘날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희망을 증언할 수 있도록 굳센 마음으로 전진하세요. 이 상징물들이 지나는 곳마다 하느님의 불굴의 사랑에 대한 확신과 민족들 간의 형제애가 피어나길 바랍니다. 그리고 특히 분쟁과 전쟁의 희생자가 된 모든 젊은이들에게 주님의 십자가와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님의 성화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깊은 위로가 되길 빕니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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