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가난한 이들은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그들의 눈을 바라봅시다”
Alessandro Di Bussolo, Antonella Palermo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17일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삼종기도 말미에 성 베드로 광장을 가득 메운 전 세계 신자들 앞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연대 활동을 펼친 각 교구와 본당의 모든 이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오늘은 교통사고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데 더욱 힘을 모읍시다. 이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묻고 싶습니다.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내 것을 희생하고 내어놓은 적이 있는가? 자선을 베풀 때 가난한 이의 손을 잡아주고, 그 눈을 마주 본 적이 있는가?’ 형제자매 여러분, 잊지 맙시다. 가난한 이들은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이날 제8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미사를 마친 교황은 바오로 6세 홀에서 예년과 마찬가지로 1300여 명의 가난한 이들과 함께 오찬을 나눴다. 올해 오찬은 이탈리아 적십자사가 후원했으며, 약 340명의 이탈리아 적십자사 자원봉사자들이 배식 봉사를 맡았다. 교황은 2025년 희년을 앞두고 지내는 올해 세계 가난한 이의 날 주제로 집회서의 말씀인 “가난한 이들의 기도는 하느님께로 올라갑니다”(집회 21,5 참조)를 선택했다.
아름다움은 작은 몸짓에 있습니다
교황청 애덕봉사부(별칭 교황자선소) 장관이자 올해 오찬을 주관한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교황이 이 일을 지치지 않고 이어가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오직 예수님을 본받아 사람들의 존엄성을 회복시키기 위함입니다.” 매일 식품을 나누고 구호물품을 전달하며 수많은 노숙인의 필요를 돌보는 단체의 회장 로사리오 발라스트로 씨는 소박한 일상과 작은 몸짓에 깃든 아름다움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들이 사회 변두리에서 외롭게 살아간다고 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되며, 그들의 인간 존엄성이 훼손되어서도 안 됩니다.”
적십자사 국립 취주악단의 연주가 흐르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오찬에서는 채소를 곁들인 라자냐, 시금치와 치즈를 넣은 쇠고기 미트로프, 으깬 감자, 과일, 디저트가 제공됐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사제선교회가 준비한 배낭이 참석자 한 명 한 명에게 전달됐다. 배낭 안에는 식료품과 개인위생용품이 담겨 있었다.
자애로우신 어머니 진료소: 빈민 1000명 무상 진료
이번 오찬은 교황청 복음화부가 지난 한 주 동안 펼쳐온 활동의 정점이다. 복음화부는 본당들과 연계해 저소득층 가정의 공과금 납부 지원 등 다양한 자선활동으로 가장 궁핍한 이들의 필요를 보살폈다. 이번 활동은 이탈리아 보험사 유니폴사이의 전통적인 후원 덕분에 가능했다. 취약계층을 돕고자 교황자선소와 협력하는 자애로운 어머니 진료소의 마시모 랄리 소장은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사랑 덕분에 지난 한 주 동안 약 1000명에 달하는 가난한 이들을 맞이하고 진료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절대 빈곤층 500만 명 넘어서
각 본당과 교구 공동체는 구역 내 궁핍한 이웃들의 필요를 사목활동의 우선순위로 삼고 실질적인 도움을 통해 응답했다. 이탈리아 카리타스는 “틈새에 피어난 풀잎들: 희망의 응답들”이라는 제목으로 ‘이탈리아의 빈곤과 사회적 배제에 관한 보고서 제28판’을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이날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폐회한 이탈리아 교회의 첫 시노드 총회에서 발표됐다. 현재 이탈리아에서는 인구의 9.7퍼센트, 곧 열 명 중 한 명이 절대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전체적으로 절대 빈곤층이 569만4000명에 이르며, 이는 221만7000가구(전체 가구의 8.4퍼센트)에 해당한다. 이 수치는 가구 단위로는 2022년에 비해 소폭 증가했으며, 개인 단위로는 변동이 없으나,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이래 감소 추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번역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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