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의 종들 수도회’의 영적 돌봄 아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이탈리아 순례자들을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자선의 종들 수도회’의 영적 돌봄 아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이탈리아 순례자들을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교황, 산티아고 순례자들에게 “순례길에서 힘겨워하는 이들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12월 19일 스페인 성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한 “순례길”에 나서는 이탈리아 순례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최근 들어 순례자 수가 늘어났다며 다음과 같이 되물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이들이 참된 순례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요?” 이 자리에는 순례자들을 환대하는 자선의 종들 수도회(과넬리아니) 가족들도 함께했으며, 교황은 이들에게 “복음화와 돌봄의 사도직”을 실천한 데 대해 감사를 전했다. 아울러 늘 휴대용 복음서를 가까이 지니고 다니라고 당부했다. “휴대용 복음서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지만, 혹시 구입하실 형편이 안 되시는 분이 계시다면 제가 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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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으면서 다른 이들, 특히 더 힘겨워하는 이들, 넘어진 이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12월 19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이탈리아 순례자들과 신부, 수녀, 신학생, 평신도로 구성된 자선의 종들 수도회(과넬리아니) 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당부했다. 과넬리아니 가족들은 지난 15년 동안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의 교회에서, 특히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와 대서양 끝자락 피니스테레에서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들에게 영적 돌봄을 제공해 왔다.

“순례자”로 산티아고를 찾은 역대 교황들

교황은 “순례자들은 과넬리아니 사도직의 살아있는 증거”라며, 지난 30년간 산티아고 순례자 수가 꾸준히 증가한 점에 주목했다.

“그 순례자들 중에는 저의 전임자이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과 베네딕토 16세 교황님도 계셨습니다. 그분들은 특히 유럽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이 성지가 간직한 깊은 영성의 가치를 헤아려 순례길에 오르셨습니다.”

루이지 과넬라 성인 성화 앞의 교황
루이지 과넬라 성인 성화 앞의 교황

참된 순례를 하고 있나요?

교황은 한편으로 이러한 수적 증가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이들이 참된 순례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요? 이것이 우리가 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물론 다양한 체험들이 있겠지만, 이 질문은 우리에게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침묵과 복음

교황은 사도들의 무덤으로 가는 그리스도교 순례를 식별하는 세 가지 표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침묵’이다. “침묵 속에서 체험한 순례는 우리로 하여금 마음으로 듣게 해 주며, 걸으면서 겪는 수고를 통해 마음이 찾고 있는 답을 발견하게 해 줍니다. 마음은 늘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표지는 ‘복음’이다. 교황은 준비한 연설 원고에서 눈을 떼고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항상 복음서를 가방에 넣고 다니세요. 작은 휴대용 복음서를 하나 사서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매일 조금씩 읽으세요. 그냥 펴서 읽으세요.”

“이는 아름다운 기도 방법입니다. 휴대용 복음서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지만, 혹시 구입하실 형편이 안 되시는 분이 계시다면 제가 사드리겠습니다. [참석자들의 웃음] 복음서를 항상 가까이 지니고 다니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의 만남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의 만남

복음서를 펼치십시오

교황은 “순례 여정은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 이웃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줄 때 비로소 참된 그리스도인의 길이 된다”며 “이 은총은 우리가 날마다 복음을 읽을 때 성령께서 이뤄주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좋은 소설을 읽을 수도 있고, 그것이 우리 삶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 매일 뉴스를 접하면서 때로는 가슴 아픈 현실에 눈물짓기도 하지만, 그저 글로 읽을 뿐입니다. 복음을 읽을 때는 다릅니다. 복음서를 펼치면 한 분이 우리 곁에 조용히 머무르십니다. 바로 성령이십니다. 그분은 복음의 깊은 뜻을 우리 마음에 심어주시고, 그 말씀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해 주십니다.”

“마태오 복음 25장 헌장”

세 번째 요소로 교황은 “마태오 복음 25장 헌장”을 제시했다. 이는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마태 25,40)이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에 따라 가장 작고 보잘것없는 이들을 돕고 보살피는 것이다. “침묵, 복음, 가장 작은 이들, 가장 소외된 이들에게 선을 행하는 것입니다. 언제나 선행을 하세요.” 교황은 루이지 과넬라 성인의 말을 인용하며 “신앙인의 삶의 목적은 단 하나의 영혼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이탈리아 순례자들과의 만남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이탈리아 순례자들과의 만남

돌아올 때는 사도로 

끝으로 교황은 과넬리아니 가족들에게 이 “복음화와 돌봄의 사도직” 활동을 계속해 나가라고 격려했다.

“옛 순례자들은 그리스도교 순례의 길을 떠난 이들이 모두 사도로 돌아온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순례자로 떠났다가 예수님을 선포하는 사도가 되어 돌아오는 것, 이것이야말로 참된 순례의 은총입니다.”

번역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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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2월 2024, 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