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에 관한 교황청 문헌 ‘이데올로기 아닌 대화를’
Debora Donnini / 번역 김단희
교황청 가톨릭교육성은 “남성과 여성, 그분께서 이들을 창조하셨다 - 교육 분야의 젠더 이론 문제에 관한 대화의 길”이라는 제목의 문헌을 발표했다. 이 문헌은 청소년 교육 종사자들로 하여금 현대 사회 논쟁의 중심에 있는 섹슈얼리티 문제를 다룸에 있어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교육의 폭넓은 지평에 근거해 “체계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돕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 문헌은 특별히 가톨릭계 교육기관을 비롯해 그리스도교적 비전으로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 학부모, 학생, 교사, 주교, 사제, 수도자, 그리고 신앙인들로 구성된 교회 운동 및 연합체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교황청 가톨릭교육성은 “보통 ‘젠더 이론’이라 일컫는 이데올로기가 다양한 모습으로 도전해오고 있다”면서, 특별히 감응성 및 섹슈얼리티 부문의 “교육적 위기 상황”을 언급했다. 이어 (젠더 이데올로기가) “남성과 여성의 본성적 차이와 상호성을 부정”하고 이를 “한낱 역사적 산물이나 문화적 조건”으로만 간주한다면서, 이같은 사고방식에 따르면 (성) 정체성이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개인의 선택이 된다”고 지적했다. 문헌은 또 현대 사회의 문화적 환경으로 특징되는 인류학적 혼란이 “가정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헌은 이어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을 인용해, 이러한 (젠더) 이데올로기가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와는 동떨어진 개인의 정체성과 정서적 친밀감을 지지하는 교육 프로그램 및 법률 제정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상이 ‘경청(listening), 사유(reasoning), 제안(proposing)’의 “세 가지 기본 원칙에 기반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가톨릭교육성 새 지침서의 기본 맥락이다.
경청, 사유, 제안을 통한 대화
문헌은 교육 영역의 젠더 문제에 관한 대화가 발생할 경우 “한쪽에는 젠더 이데올로기, 다른 한쪽에는 인문과학 분야가 수행해온 젠더 연구”를 구분하도록 하고 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빌려 “젠더 이데올로기가 ‘때로는 당연하다고 할만한 열망’을 대변한다고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스스로를 절대적이고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하며, 심지어는 아이를 키우는 방식을 강요’하는 등 대화를 차단하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그 차이가 어떻게 경험되는지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우리가 경청하고, 사유하고, 제안해야 할 연구는 이런 종류의 연구와 관련된다”고 강조했다.
문헌은 초기 젠더 이론을 역사적으로 개괄하면서, 1990년대 무렵 “젠더(gender)와 성(sex)이 근본적으로 구분되고, 전자는 후자에 우선한다는 이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성차(性差) 없는 사회’의 실현이 예견되는 인류 진화의 중요한 단계로 간주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본성(자연)과 문화 간 대립이 고조되는 가운데 젠더 이론의 명제는 대단히 유동적이고, 가변적이며, 유랑적인 섹슈얼리티 차원을 가리키는 ‘퀴어(queer)’라는 개념으로 수렴”했다며, 이는 “선험적으로 주어진 성에 관한 정의에서의 개인의 완전한 해방과 지나치게 엄격한 분류의 소멸을 주장하는 데서 절정을 이룬다”고 지적했다.
동의와 비판의 요점
문헌은 젠더 연구 가운데서도 “상호이해를 증진할 잠재력”이 있는 “동의할만한 일부 측면들”을 꼽았다. 문헌은 “어느 누구도 장애, 인종, 종교, 성적 지향 등 각자의 개별적 특성을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거나 폭력, 모욕, 부당한 차별로 고통받지 않도록, 아이들과 젊은이들에게 개인의 특수성과 차이를 존중하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또 오늘날 젠더에 관한 고찰 가운데 “여성성의 가치”에 대한 연구를 언급하면서 이를 “긍정적인 발전” 중 하나로 꼽았다. 문헌은 특별히 인간 관계 영역에서 헌신하려는 여성들의 자발성, 그중 약자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여성들에 주목했다. 이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인용해, “개인의 발전과 사회의 미래에 더없이 소중한 일종의 정서적, 문화적, 영적 모성”이 여성들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문헌은 젠더 이론의 “비판점”도 나열했다. 문헌은 “젠더 이론(특별히 가장 급진적인 형태의 젠더 이론)이 점진적 탈자연화(denaturalization) 과정, 곧 본성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이론에서 말하는 “성 정체성”이나 “가정”의 개념은 “감정과 욕구 영역에서의 자유의 개념과 혼동한 것”에서 비롯한다고 주장했다.
문헌은 또 “개인의 정체성과 가족 관계를 결합하는 요소”로서의 신체 중심성의 의미를 밝히는 “합리적 주장들”에 관해 고찰했다. 문헌은 인간의 몸이 “존재의 정체성을 전달하는 주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곧, 염색체 연구 등 과학 영역 안에서 ‘성적 이형성(sexual dimorphism)’을 증명할 수 있으며, 생명과학 및 의학 데이터를 통해서도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입장은 신앙과 이성적 사유 사이의 대화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그리스도교 인류학의 제안
문헌의 세 번째 단락에서는 그리스도교 인류학에서 비롯한 생각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이 인간의 통합적 생태학을 “지지하는 버팀목”이다. 문헌은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다”고 한 창세기의 말씀을 떠올렸다. 이어 육체와 영혼의 일치 안에서 인간의 본성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그 안에 “사람들 간의 친교”의 “수평적 차원”이 하느님과의 친교의 “수직적 차원”과 통합돼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문헌은 자녀 교육과 관련한 부모의 기본적 권리와 의무를 강조했다. 이 권리와 의무는 타인에게 위임하거나 타인이 함부로 침해할 수 없는 것이다. 문헌은 부모의 권리와 더불어 자녀들의 권리도 언급했다. 자녀들은 부모에 대한 권리를 가지며, 가정 안에서 남녀 간 성차(性差)의 아름다움을 인식하도록 배운다.
한편, 문헌은 교육기관으로 하여금 각 가정의 문화를 존중하는 가운데 학부모와의 대화를 모색하는 등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또 가정, 학교, 사회 간의 “동맹”을 재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개개인의 성숙도를 고려한 감응성 및 섹슈얼리티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타인의 신체를 존중하도록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화의 길, 우려와 오해 변화시키기
문헌은 “경청, 사유, 제안을 동반하는 대화의 길이야말로 우려와 오해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동시에 더욱 개방적이고 더욱 인간적인 관계망 개발에 도움이 되는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젠더를 둘러싼 민감한 문제들에 관한 이데올로기적 접근 방식이 다양성의 존중을 표방하고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러한 차이를 고정된 현실로 바라볼 위험을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결국 서로를 고립시키고 단절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인간의 섹슈얼리티에 관한 자체적 견해를 견지하려는 가톨릭계 교육기관의 염원은 정당하다”면서, “민주주의 국가는 교육의 범위를 단일 사상 수준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문헌은 가톨릭계 교육기관이 “교육 연령대를 고려”하고 “학생 개개인을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면서,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한 이에게 손을 내미는 신중하고 비공개적인 동행 방식”으로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모든 학교가 “신뢰와 평온함이 있는 개방적 환경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특별히 충분한 시간과 신중한 식별이 요구되는 사안이 발생한 곳에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학교가 “부당한 차별 없이 인내하고 이해하는 ‘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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