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켈라 대주교 “가난한 이들도 코로나19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Debora Donnini / 번역 이창욱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와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과 나누는 연대는 서로 분리될 수 없습니다.” 아울러 각자는 자신 안에 하느님의 모상이 깊이 새겨졌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제4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문에 나오는 이 말은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리노 피시켈라(Rino Fisichella) 대주교가 교황청 공보실 기자회견장에서 강조했던 설명이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인터넷으로 생중계됐으며 화상으로 기자들의 질의와 참여가 이뤄졌다.
가난한 이의 모습에 새겨진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주제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리스도인의 실존을 온전히 살아내려 할 때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손을 뻗는다”는 은유는 아주 심오한 가치를 지닌다. 왜냐하면 이 표현은 생활필수품이 부족한 채 실존적 사회적으로 소외된 상황에서 살아가는 이들과 동일시하길 원하셨던 주님의 말씀으로 되돌아가게 해주기 때문이다.
교회의 자선
오는 2020년 11월 15일 지낼 ‘제4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문의 주제는 “가난한 이에게 네 손길을 뻗어라”이다. 피시켈라 대주교는 교황의 담화문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인류가 “도움의 요청이 한층 커졌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살아가는 위기의 순간에 완전히 접목돼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만나는 수많은 가난한 이들에게 우리의 사목적 활동으로 함께하는 일상적인 표징뿐 아니라,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이 마련하고 있고 또 이미 수년 전부터 실시하고 있는 특별한 표징들이 부족하지 않게 해줘야 합니다.” 피시켈라 대주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교회의 책임과 관련해 “거룩한 노동자 예수” 기금을 언급했다. 그는 이 기금이 로마교구를 위해 교황이 원했던 연대의 기금이라면서, 이 기금이야말로 그리스도인 공동체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의) 표징이자 요구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수많은 자원봉사자들, 카리타스 단체와 단체에 속하지 않은 이들의 활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과학은 모든 이에게 전해져야 합니다
피시켈라 대주교는 백신 개발을 위한 과학적 연구와 관련해 교회의 요구가 공동선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학은 소수의 이익을 위해서만 응답하거나 일부 현실이나 일부 지리적 범위에 편의를 봐줘선 안 된다. 피시켈라 대주교는 수년 전 에이즈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 일부 연구소에서 약과 치료법을 찾은 다음 아프리카 지역에만 매우 비싼 가격으로 판매했던 일을 떠올렸다. 이어 과학이 모든 이에게 전해져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불의가 판을 칠 것이고 각 사람 안에 새겨진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주제와도 상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일 손길을 뻗기
피시켈라 대주교는 교황의 담화문을 설명하는 가운데,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의 로고에서 손길을 내밀고 있는 모습에 주목했다.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의 로고는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드러내준다. 손을 내밀고 있는 모습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코로나19 대유행의 시기에 의사, 간호사, 자원봉사자, 사제들을 떠올리며 사용했던 이미지다. 아울러 가난의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호주머니에 넣은 손”에 대한 언급도 중요하다고 피시켈라 대주교는 강조했다. 그런 손은 기본적으로 돈을 축적하고, 타인을 나중에 하루살이 인생으로 이끌도록 피해를 입힌다. 피시켈라 대주교는 “사회적 책임의 결여가 오늘날의 세상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며 그 결과 극빈이 엄청나게 증가”하는 것을 보여주는 “혹독한 단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결과로 나열된 부정적인 사례의 목록은 아주 짧았다. 피시켈라 대주교는 “선행의 목록은 언제나 소수의 탐욕의 목록보다 훨씬 더 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뻗은 손은 일상생활의 몸짓 안에서 궁핍하게 살아가는 이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초대인 셈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주저 없이 이 사람들을 참된 성인들로, ‘옆집의 성인들’로 정의하십니다. 그들은 요란하게 떠들지 않고서도 그리스도인 사랑의 참된 증거를 제시합니다. 가난한 이들의 수많은 얼굴이 품은 엄청난 현존은 그리스도인들이 항상 최전방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가난한 이들이 눈앞에 보인다면 그들이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을 눈치채야 한다는 것을 요구합니다. 교황님의 말씀대로, ‘인류 가족의 어떤 구성원이 뒤쳐져 있고 그늘에 가려져 있는 데도 우리가 ‘괜찮다’고 느껴서는 안 됩니다.’”
교황의 담화문에는 “무관심과 종종 가난한 이들에 대한 불쾌감을 떨쳐버리는” 한편, 가난한 이들의 얼굴에서 하느님을 찾지 않는다면 불안감을 느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가난한 이들의 주보성인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 기념일에 담화문이 소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룰 수 있는 일은 늘 신자들의 삶에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은총 아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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