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사도 순방과 관련해 인터뷰하는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몰타 사도 순방과 관련해 인터뷰하는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파롤린 추기경 “교황님은 평화와 환대의 기쁜 소식을 전하러 몰타로 가십니다”

교황청 국무원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36번째 해외 사도 순방 출발 전날인 3월 31일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생명을 구하려면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몰타 사도 순방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 이주 현상,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온갖 분쟁을 끝내길 바라는 희망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Massimiliano Menichetti / 번역 이재협 신부

‘환대하기, 보호하기, 증진하기, 통합하기.’ 교황청 국무원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몰타 사도 순방과 관련해 교황이 그동안 누누이 강조해온 4가지 동사를 다시 한번 언급했다. 교황은 유럽 공동체가 나눔과 책임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전쟁·억압·폭력을 피해 고국을 떠난 이들, 혹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향을 등진 이들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며 4가지 동사를 제안한 바 있다. 파롤린 추기경은 이번 사도 순방의 핵심이 “삶의 이유와 희망의 근거를 전하는 기쁜 소식의 선포”라며 “이는 오늘날 많은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2020년 순방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로 연기된 이번 사도 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수행된다. 평소처럼 이번 사도 순방에도 교황과 동행할 파롤린 추기경은 인터뷰를 통해 현재 진행중인 전쟁으로 인해 교황이 느끼는 아픔과 무기의 굉음이 멈추길 바라는 교황의 소망을 전했다.

이하 파롤린 추기경과의 일문일답:

추기경님, 교황님은 어떤 마음으로 출발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이번 순방은 교황님이 매우 기다리셨던 방문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한 차례 연기되기도 했고, 교황님이 최근 매우 염려하시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이뤄지는 방문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황님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최근 기회가 될 때마다 표현하셨던 극심한 아픔과 함께 이번 순방을 수행하시리라 짐작합니다. 또한 비록 아무런 구체적인 결과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실질적인 조약과 협상을 위해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시고, 전쟁과 무기의 굉음을 멈추라는 호소를 반복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곧, 교황님은 아파하는 마음으로,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겪는 고통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전쟁 종식을 촉구하며 이번 순방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몰타는 교황님이 “푸른 사막”이라고 정의하신 지중해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주민의 비극이 연상되는 장소인데요. 유럽은 현재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희망을 찾아 지중해를 건너는 이들을 위해 유럽이 무슨 일을 더 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우리 모두가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위해 진정한 연대 릴레이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님께 감사드립시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위해 연대하는 모습은 정말로 훌륭합니다. 분명 훌륭하지만, 저는 이 비극적인 경험이 다른 나라 출신의 이주민에게도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예컨대 남쪽(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지중해를 건너오는 이주민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관심을 보여야 합니다. 저는 유럽의 모든 국가들이 ‘부담’을 나누고 책임감 있게 협력하지 않고서는 이주민 문제에 대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럽 국가들은 특히 처음으로 유럽에 도착한 이들, 혹은 최종 목적지로 가기 위해 거쳐가는 이들에 대한 ‘부담’을 함께 나눠야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우선순위는 바다 위에서 목숨을 잃는 이들을 포함해 모든 생명을 구하는 일입니다. 교황님도 이를 자주 강조하셨습니다. 이 우선순위를 통해 정기적 이주를 위해 가능한 통로를 늘려 나갈 수 있습니다. 나아가 그 누구도 분쟁 상황이나 불안한 치안 상황, 혹은 저개발 등의 이유로 조국을 강제로 떠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난민의 출신 국가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특히 경제 발전, 정치적 안정, 좋은 거버넌스, 인권 존중의 측면에서 발전에 투자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교황님이 말씀하신 4가지 원칙, 곧 ‘환대하기, 보호하기, 증진하기, 통합하기’를 통해 진정으로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어떤 국가도 혼자 모든 책임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많은 종교단체, 특히 가톨릭 교회를 비롯해 시민사회 전체가 함께 분담하려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교황님은 그리스·키프로스 사도 순방에 이어 바오로 사도가 표류했던 섬으로 향하십니다. 이번 방문은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한 위대한 사도의 발자취를 따르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건입니다. 교황님은 특별히 ‘밖으로 나가는 교회’를 강조하시는데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교황직 10년차를 맞아 이번 사도 순방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교황직 10년차에 수행되는 몰타 사도 순방이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몰타는 탁월한 복음선포자인 바오로 사도의 모습과 관련이 있습니다. 둘째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교황직을 일관되게 특징짓는 점과 관련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선교하는 공동체, 언제나 선교를 위해 힘쓰는 공동체, 어떤 상황에서든 모든 이에게 복음을 선포하라는 초대이자 부르심입니다. 따라서 밖으로 나가서 선교하는 교회라는 두 가지 사명은 교황님이 언제나 강조하시는 바와 같이 직접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혹은 위태로운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구체적 현실로 들어가 그들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황님의 이 같은 초대는 물론 선교적 전환으로의 초대이며, 이를 위한 회심에는 시간도 필요하고 선한 의지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교황님의 이러한 초대가 이미 교회의 삶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곧,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기꺼이 헌신하고, 기쁜 소식을 선포함으로써 오늘날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이 필요로 하는 삶의 이유와 희망의 근거를 전하자는 초대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몰타를 방문하는 세 번째 교황이 되실텐데요, 몰타 교회는 서구 사회가 겪었던 전형적인 도전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몰타 교회는 자신들의 정체성과 어떻게 대화를 나누며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까요?

“몰타 교회 또한 서방의 다른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직면하고 있습니다. 몰타 교회는 사람들과 그들의 필요에 응답하는 친밀함과 친절이라는 위대한 종교적 전통을 지니고 있습니다. 약자, 병자, 장애인에 대한 몰타 국민들의 높은 관심과 여러 자선활동이 이를 증명합니다. 또한 몰타의 모든 교육 시스템뿐 아니라 앞서 언급했던 주제인 이주 문제에 대한 몰타 교회의 관심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종교활동이 줄어들고 사회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그리스도교적 가치가 다소 와해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같은 도전에 대한 응답은 교황님이 종종 말씀하셨고,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제자’와 ‘선교’라는 ‘이중개념’ 안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엔,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자리는 제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자리, 곧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관계와 예수 그리스도를 따름으로써 나오는 그리스도인의 강한 정체성이 드러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드러납니다. 동시에 ‘선교하는 제자’의 개방성은 무엇보다 오늘날 세상과의 대화 안에서 이해돼야 합니다. 이 대화는 우리 현실과 사회의 덜 긍정적인 측면에 대한 환대와 비판을 함께 다뤄야 합니다.”

몰타 인구의 85퍼센트가 가톨릭 신자입니다. 교황님은 신앙 안에서 그들에게 확신을 심어주시려고 몰타로 향하십니다. 추기경님은 무엇을 바라시는지요?

“몰타가 신앙 안에서 확신을 얻고, 몰타 신자들이 그 신앙을 증거하고 복음 선포의 감각 안에서 자신들의 신앙을 증거할 필요성을 강하게 깨닫길 바랍니다. 바오로 사도는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상황이 좋든지 나쁘든지, 어떤 상황이든 나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복음을 선포한다’(2티모 4,2 참조)고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몰타 신자들의 신앙의 증거가 이러한 의미를 갖길 바라고, 다른 이를 향한 자선과 환대 안에서 자신의 믿음을 구현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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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월 2022, 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