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호비치의 나자렛 센터에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 드로호비치의 나자렛 센터에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 

크라예프스키 추기경, “복음 원정대” 이끌고 우크라 헤르손 방문... “전쟁에 익숙해지지 맙시다”

교황청 애덕봉사부(교황자선소) 장관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이 카호우카 댐 붕괴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구호품과 의약품을 전달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향했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우크라이나 남부에 위치한 오데사와 미콜라이우를 거쳐 현재 헤르손에 머물고 있다. “도심은 인적이 드물고 모든 시설이 문을 닫았습니다. 가끔씩 사이렌 소리가 들립니다. 도심에 들어갔을 때 폭격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는 지금도 “연기와 불길”이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인에게 교황의 “친밀함”을 전했다. “교황님은 하루도 빠짐없이 고통받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하고 계십니다.”

Salvatore Cernuzio 

교황청 애덕봉사부(교황자선소) 장관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이 6월 28일 전쟁으로 상처 입은 주민들에게 도움과 위로를 전하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크라이나에 파견한 여섯 번째 사절단으로 헤르손에 머물고 있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바티칸 뉴스」에 음성 메시지를 보내 이번 파견을 가리켜 “복음 원정대”로 정의했다.

댐 붕괴로 피폐해진 곳에서

지난 6월 6일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주 카호우카 수력발전 댐이 붕괴되면서 80개 이상의 마을과 도시 그리고 2만 헥타르의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150톤 이상의 기름이 유출됐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식료품(대부분 한국산 식품과 10만 개 이상의 동결건조 수프)을 비롯해 바티칸 및 제멜리 종합병원 그리고 “나폴리 연대기금”이 제공한 의약품을 가득 실은 트럭을 몰고 현장에 도착했다. 6월 22일 로마를 떠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3125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직접 운전했다. 그는 “멀고 험난한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구호 활동을 전개하는 크라예프스키 추기경
우크라이나에서 구호 활동을 전개하는 크라예프스키 추기경

오데사와 드로호비치에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오데사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6월 26일에는 100킬로미터 떨어진 르비우 주의 주도 르비우에 이어 이 지역의 두 번째 경제 중심지인 드로호비치에 머물렀다. 그는 이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구호와 쉼터를 제공하는 그리스-가톨릭 인도주의 센터를 방문했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또 현지 병원과 알코올 중독자 센터, 어린이 센터도 방문했다. 이들 시설은 휴가 및 방학 기간에도 난민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저항의 상징 미콜라이우 본당에서

이어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우크라이나 남부에 위치한 미콜라이우로 이동해 러시아의 대규모 폭격에도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는 본당을 방문했다. 그는 현지 본당 신부와 몇 시간 동안 머물렀다. “지난번 방문 때는 밖으로 나갈 수 없어 함께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신부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본당 신부가 달아나지 않고 “저항”과 용기를 보여준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선물로 가져온 교황의 묵주를 들고 함께 기도한 이들(“달아나지 않은 이들”)에게도 같은 감사를 표했다. 

우크라이나에서 구호품과 의약품을 전달하는 크라예프스키 추기경
우크라이나에서 구호품과 의약품을 전달하는 크라예프스키 추기경

헤르손에 전달된 의약품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의 헤르손 방문에는 하르키우-자포리자교구 보좌주교인 잔 소빌로 주교도 동행했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헤르손 지역을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즉시 의약품과 응급 처치 약품을 하역했습니다. 의사가 약을 나눈 다음 구급차가 도착해 여러 병원의 진료소에 의약품을 배포했습니다.”

이번 여정에는 도심 방문도 포함됐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도심은 거의 인적이 드물고 모든 시설이 문을 닫았다”며 “가끔씩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우리가 도심에 들어갔을 때 폭격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연기와 불길이 보였고 이틀 전에도 도시가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찾아 나서고 대화를 나누며 매우 구체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본당 신부와 함께 도심으로 갔다고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덧붙였다.

폭격 중 기도와 성가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이날 저녁 그리스-가톨릭 바실리오회 공동체를 방문하여 수도자들에게 교황의 친밀함을 전했다. “교황님은 여러분을 생각하시며 하루도 빠짐없이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인을 위해 기도하고 계십니다.” 밖에서 폭격음이 울리는 동안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수도자들과 함께 기도하고 성가를 불렀다. “우리는 드니프로 강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폭격 소리와 함께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우리는 또 러시아인의 공격을 받은 병원도 방문했습니다.” 소셜 미디어에 널리 퍼진 일부 동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장갑과 파란색 앞치마를 착용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교황청 애덕봉사부가 지원한 자금으로 도미니코회 구내식당에서 홍수 피해 주민들에게 빵과 따뜻한 식사를 나눠줬다. 

주민들과 함께

6월 28일에도 “댐 붕괴로 식수 공급에 차질이 생긴” 마을을 찾아 여정은 계속된다. 앞으로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이틀은 헤르손에 머물고, 그 다음엔 아마도 키이우로 갈 것입니다. 저는 지역사회 주민들을 만날 것입니다. 우리도 이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번 ‘복음 원정대’의 마지막 여정은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찾았던 도시 르비우에서 이뤄질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얼마나 더 많은 만남과 기도의 순간이 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의 귀국 날짜는 미정이며, 오직 하나의 목표만 있을 뿐이다. 그것은 이전의 행보와 동일하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교황의 이름으로 이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라며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이 사람들 모두를 위해 기도하자”고 초대했다. “또한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기도합시다. 그리하여 이 전쟁에 익숙해지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계속 도울 수 있도록 합시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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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6월 2023, 2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