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파롤린 추기경, 중동 지역 전면전 가능성에 큰 우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이탈리아 상원이 마련한 고(故) 아킬레 실베스트리니 추기경에 대한 기림행사 말미의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현안에 답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특히 최근 홍해와 아르빌에서 발생한 공격을 두고 적절한 대응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분쟁이 확산되는 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 전한 교황 메시지에 언급된 “포용적이고 사회적인 경제”를 위한 노력을 재차 강조하고, 가톨릭의 가치가 “오늘날의 정치에서 자리를 찾고 현실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alvatore Cernuzio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최근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 가자지구 폭력사태 확대,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 자치지역(이라크령 쿠르디스탄) 소재 아르빌에서 발생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 등에 “큰 우려”를 표명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대응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분쟁이 고조되거나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17일 일반알현에서 고뇌를 표한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다. 파롤린 추기경은 주스티니아니 궁전에서 열린 이탈리아 상원 회의에서 잊을 수 없는 인물인 고(故) 아킬레 실베스트리니 추기경에 대한 기림행사 말미에 몇몇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이 갈등이 확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감정에 따른 반응이 너무 강하고 상황도 민감합니다. (…) 전면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이가 자신의 반응을 다스려야 합니다.”


“해결책”은 두 민족, 두 국가

파롤린 추기경은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을 두고 교황청의 “해법”이 “두 국가, 두 민족 해법”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하마스는 1월 17일 망명 지도자 칼레드 메샬의 말을 인용하며 이 같은 입장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파롤린 추기경은 “그러나 우리에게는 두 민족, 두 국가가 여전히 해결책”이라며 “대화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우크라이나, 인도주의 측면의 헌신

파롤린 추기경은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적어도 지금까지는 인도주의 차원에 국한되지만” 평화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교황청의 개입을 거듭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시한 소위 ‘평화 공식’ 10가지 항목 중 하나는 인도주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교황청은 바로 여기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16일 시작된 세계경제포럼(WEF, 이하 다보스포럼)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요청한 다보스의 고위급 평화회담과 관련해 파롤린 추기경은 이전 3회차의 회담(마지막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에서와 마찬가지로 교황청이 이 회의에 함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의에는 교황청 국무원 사무국이 임명한 제네바 상임 대표 에토레 발레스트레로 대주교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포용적이고 사회적인 경제

다보스포럼과 관련해 파롤린 추기경은 글로벌 리더들에게 보낸 교황 메시지에 담긴 호소, 곧 “포용적이고 사회적인 경제”에 헌신하라는 호소를 강조했다. “이는 경제적 기준을 따르면서도 아무도 배제하지 말라는 것, 사람들과 가장 취약한 이들을 위하는 일이자 발전을 위한 일입니다. 이것이 인간을 위한 봉사입니다.”  


박해받는 그리스도인... 모든 종교가 존중받을 권리

파롤린 추기경은 또 이탈리아 상원 회의에 제출된 비영리단체 오픈도어선교회(Open Doors)의 보고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보고서는 약 3억6500만 명이 신앙 때문에 폭력과 박해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파롤린 추기경은 이 또한 교황청의 “큰 관심사”라고 말했다. “전 세계 많은 지역의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의 권리, 모든 종교가 자신의 신앙을 표현할 때 존중받아야 할 최소한의 종교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음은 일찍이 이를 예견했습니다. (…)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조장할 마음은 없지만 적개심, 반대, 박해에 직면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 세상에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예수님의 이름을 증거할 수 있습니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정치와의 대화

파롤린 추기경은 교회와 정치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한 실베스트리니 추기경을 기억하면서 오늘날 정치와 교황청 간의 가능한 대화 유형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파롤린 추기경에 따르면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여러분이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교황님은 임기 초기에 이탈리아 정치와의 관계는 이탈리아 주교회의의 책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특별한 상황에서 교황청과의 관계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교황청과 이탈리아 주교회의가 같은 목표를 추구할 수 있도록 조정, 협력하는 것입니다.”

정치에서 그리스도교적 가치를 위한 공간

같은 맥락에서 파롤린 추기경은 이탈리아 기독교민주당(Democrazia Cristiana)이 해체된 지 30년이 지난 현재 ‘가톨릭의 요구를 대변하는 정치적 주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과거는 반복될 수 없다”고 답했다. “장단점이 있었고 한계도 있었던 시대였지만 이제는 끝났고, 우리는 어떻게 끝났는지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본주의 가치이기도 한 가톨릭의 가치가 오늘날의 정치에서 자리를 찾고 현실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연대성”, “보조성”과 같은 가치들이 “이탈리아 헌법의 원칙”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베네토에서 승인되지 않은 법안으로 최근 주요 관심사가 된 ‘삶의 마감’과 같은 가치도 “우리의 문제”라며 “생명은 자연스러운 탄생부터 자연스러운 마감까지의 모든 단계, 차원, 표현을 아우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지원

끝으로 파롤린 추기경은 오는 1월 28-29일 상원에서 개최될 국제회의에서 아프리카를 위한 마테이 계획(Piano Mattei)에 대한 지지가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는 국제협력이 필요합니다. 아프리카는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국제사회의 협력과 사심 없는 도움이 없으면 요원한 일입니다.”

기자들은 1월 17일 69세 생일을 맞이한 파롤린 추기경에게 축하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번역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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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월 2024, 1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