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스트레로 대주교 “군비에 지출되는 재원으로 기아 문제를 해결합시다”
Alessandro De Carolis
“기후변화는 현재 전례 없는 세계 기아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과도한 군비경쟁에 지출되는 막대한 재원으로 깨끗한 지구를 만들고 빈곤을 퇴치하는 데 사용한다면 기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제네바 주재 유엔 교황대사 겸 교황청 상임대표 에토레 발레스트레로 대주교가 3월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55차 유엔 인권이사회 총회에서 행한 짧은 연설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말했다. 발레스트레로 대주교는 심각하고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을 보여주는 수치를 언급하면서 “2023년 한 해 동안 3억33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극심한 식량불안’에 시달렸고 2030년에는 그 수가 거의 6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유한 국가가 가장 오염이 심합니다
발레스트레로 대주교는 “기후변화와 ‘식량불안’의 원인을 빈곤층이나 높은 출생률 탓으로 돌리는 것”은 서구 사회의 과소비와 거품 경제를 대표하는 진부한 주장이자 “오해의 소지가 있고 거짓되며 용납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아이들은 문제가 아니라 자산”이라며 “삶을 감소시키는 게 아니라 풍요롭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장 부유한 국가의 연간 1인당 탄소배출량이 가장 가난한 국가의 연간 1인당 탄소배출량보다 훨씬 높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가난한 국가는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실제로 그들의 탄소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10퍼센트에 불과합니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깨끗한 환경을 누릴 권리
발레스트레로 대주교는 교황청이 “식량과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 사이의 상호 연결된 권리를 유지하는 게 경제 및 기후 정책의 초석이 돼야 한다고 확신한다”며 “현재 군비와 전쟁에 지출되고 있는 막대한 재원”으로 “글로벌 펀드”를 조성해 “기아 종식”에 사용하자는 교황의 제안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 조치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결정적인” 행동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레스트레로 대주교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5항을 인용해 “참다운 인간 발전에는 도덕적 특성이 있다”며 “이는 인간에 대한 온전한 존중을 전제로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1987년 회칙 「사회적 관심」(Sollicitudo rei socialis)이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는 각 사물의 본성과 그것이 질서 있는 체제에서 차지하는 상호 연관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번역 김호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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