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의 불자들이 켈라냐 불교 사원에 모여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불자들이 켈라냐 불교 사원에 모여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고 있다.  (AFP or licensors)

부처님 오신 날 경축 메시지... ‘평화 위해’ 함께 걷는 그리스도인들과 불자들

교황청 종교간대화부가 2024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불자들에게 경축 메시지를 보내며 평화를 위해 함께 걸어가자고 초대했다.

Linda Bordoni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미겔 앙헬 아유소 기소 추기경이 부처님 오신 날(베삭 축제, festa di Vesakh)을 맞아 불자들에게 경축 메시지를 전하며 화해와 회복을 통해 평화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그리스도인들과 불자들의 공동 책임을 강조했다.

“화해와 회복을 통하여 평화를 이룩하고자 함께 노력하는 불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이라는 제목으로 5월 6일 발표된 종교간대화부 경축 메시지는 두 종교 전통이 인류와 지구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공동 노력의 필요성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되돌아봤다.

전 세계적인 갈등 고조

“더 이상 전쟁은 안 됩니다! 더 이상 전쟁은 안 됩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지난 1965년 10월 4일 유엔에서 외친 시대를 초월한 호소를 인용한 메시지는 “전 세계적으로 계속 갈등이 고조되고 있기에 평화라는 중대 사안에 대해 다시 한번 새롭게 주의를 기울이고, 평화 증진의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역할을 더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메시지는 현 상황에서 평화를 추구하려면 “더욱 힘찬 노력”이 필요하다며 “화해와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더욱 굳은 다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속적인 평화를 구하려면 갈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정치, 경제, 문화 분야에서 공평과 정의 없이는 진정한 화해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용서와 화해

메시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 인종차별 정책)의 불의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진실과 화해’ 과정을 이끈 남아프리카 성공회 대주교 데스몬드 투투의 말을 인용하며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은 어떤 일들을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다르게 가장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로의 등을 토닥여 주고 잘못을 눈감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화해와 용서는 공포, 학대, 고통, 타락, 진실을 드러내 치유함으로써 이뤄집니다.”

메시지는 두 종교 전통의 가르침과 “우리가 존경하는 사람들의 모범적인 삶”이 화해와 회복이 가져다주는 풍부한 혜택을 증언한다고 말했다.

“용서를 청하고 단절된 관계가 치유될 때, 소원해진 사람들이 화해하고 다시 화합을 이루게 됩니다. 회복은 개인과 공동체가 역경과 충격적인 경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합니다.”

메시지는 “화해와 회복이 결합될 때 강력한 동반 상승 효과가 발휘돼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며 굳건하고 낙관적으로 삶의 도전들을 마주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공유된 가치

메시지는 두 종교 전통이 증오와 용서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제공하는 방식을 깊이 성찰했다.

메시지는 부처님이 “이 세상에서 증오는 결코 증오로 가라앉지 않는다. 증오는 오직 자비로만 가라앉는다”고 가르쳤고, 바오로 성인은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시작하신 화해의 직무를 받아들일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메시지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불자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난 인사를 전하며 캄보디아 대학살의 참상을 목격하고 ‘담마 야트라 평화 순례’의 영감을 북돋운 마하 고사난다 스님이 권고한 지혜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혜를 되새겨보자고 제안했다. 교황은 “배상과 화해는 우리에게 새 삶을 주고 모든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 줄 것”(「Fratelli Tutti」, 78항)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교황이 회칙 「Fratelli Tutti」을 통해 격한 대립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게 “과거 기억에 대해 참회하는 법을 배울” 것을 조언한다며 “이러한 기억의 참회는 자신의 후회스럽고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미래를 어둡게 하지 않도록 과거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준다”고 설명했다.

메시지는 “우리는 모두 각자의 전통이 담고 있는 이러한 가치들을 재발견하고 소중히 여기며,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영적 인물들을 더욱 잘 알리고, 평화를 위해 함께 걸어가도록 부름받고 있다”며 마무리했다. 

번역 김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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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5월 2024, 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