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고리예, 목자의 마음과 하느님 백성의 신앙
Andrea Tornielli
1981년 6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메주고리예에서 여섯 명의 아이들이 성모님을 목격했다고 보고한 이래로 메주고리예 성모님 공경과 영적 체험은 그곳에서 맺힌 풍성한 영적 열매 덕분에 마침내 공식적인 인정을 받게 됐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100만 명 이상의 순례객들이 메주고리예 성당을 찾아 회심의 은총을 받고 성사생활로 돌아오며, 위기를 겪던 부부들이 치유의 여정을 시작하는 등 다양한 영적 열매를 맺고 있다. 이러한 열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르헨티나에서 교구장으로 재임하던 시절부터 늘 주목했던 요소들이다. 그는 수많은 신자들을 성지로 이끄는 대중신심에 동행해야 한다면서도, 필요한 경우 바로잡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억눌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러한 영적 열매를 기준으로 초자연적 현상을 판단해야 한다고 피력해 왔다.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교황)의 이러한 견해는 지난 5월 공표된 교황청 신앙교리부의 「초자연적 현상의 식별 절차에 관한 규범」이라는 새로운 규범에도 반영됐다. 이제 교회는 그 현상의 초자연적 성격을 엄밀히 결론짓지 않고도 예배, 공경, 순례를 승인할 수 있다. 만일 거짓이나 숨겨진 이해득실이 없고, 그 메시지가 진실되며, 무엇보다도 긍정적인 영적 체험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면 교회의 공식적 승인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교황의 따뜻한 목자의 마음 덕분에, 지난 세기 가장 논란이 많았던 성모님 발현 가운데 하나에 대한 교황청의 공식 발표가 이뤄졌다. 이는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다. 일찍이 지난 5월, 교황청 신앙교리부 장관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메주고리예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초자연적 현상의 식별 절차에 관한 이 새로운 규범 덕분에 앞으로 나아가 결론에 이르는 것이 더욱 쉬워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전례 없는 접근방식이 아니다. 과거 라칭거 추기경(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신앙에 관한 보고서』(Rapporto sulla fede)라는 대담집에서 말한 “발현 현상의 초자연적 측면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영적 열매를 분리해 판단해야 한다”는 관점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그는 “고대 그리스도인 순례자들이 현대인의 비판적인 사고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전통에 따라 성지들을 방문했지만, 그 순례 자체가 신앙 공동체에 풍성하고 유익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언급했다. “현대의 지나친 비판 정신은 결국 새로운 형태의 맹신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관건은 그러한 비판 정신이 아니라, 그 장소를 중심으로 발전한 신심생활의 활력과 정통성을 평가하는 데 있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지난 2010년 루이니 추기경이 이끄는 위원회에 이 현상에 대한 연구를 맡겼고, 그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평화의 모후」라는 제목의 교황청 신앙교리부 공지는 수많은 메주고리예 성모님 메시지의 긍정적인 열매를 인정하며,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또한, 그동안 논란이 됐던 몇몇 글들과 발현 목격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주관적인 의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일부 해석들을 바로잡았다. 발현 현상의 중심에 있었던 당시의 아이들에 대해서도 「평화의 모후」는 첫 문단에서부터 그들의 도덕적 삶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며, 영적 은총이 반드시 그 당사자들의 “도덕적 완벽함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혔다. 동시에, 메주고리예 성모님에 대한 공식적인 공경 승인이 이뤄졌다는 사실 자체가 특별히 우려할 만한 문제나 위험한 측면, 거짓이나 조작 같은 문제들이 발견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평화의 모후」는 메주고리예 성모님 메시지의 두 가지 핵심, 곧 하느님께로 돌아서는 회심과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메주고리예 현상이 시작되고 성모님이 자신을 “평화의 모후”로 소개했을 때만 하더라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가 잔혹한 유혈충돌의 현장이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필자는 메주고리예 순례에 참여하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성모님 발현을 목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친구들과 이웃들이 전쟁의 잔혹함으로 피해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메주고리예 성모님 발현을 통해 얻은 신앙 체험 덕분에 이웃사촌으로 살았던 가해자들을 용서할 수 있었다는 증언을 들으면서였다. 메주고리예의 진정한 기적은 많은 이들이 호기심을 보이는 다른 많은 현상보다도, 이웃사촌에게 끔찍한 폭력을 가한 이들과 화해한 것이 더욱 “기적적”이라는 점이다.
결국, 메주고리예의 참된 메시지는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시는 성모님이 우리에게 거짓 예언자를 쫓아가지 말고, “비밀”과 종말론적 예언을 찾아다니지 말라고 권고하는 데 있다. 1982년 11월의 메시지에서 성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특별한 것을 찾지 말고 복음을 읽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명확해질 것이다.”
번역 김호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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