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5317954063.jpg

유엔 사무총장 “교황, 평화 증진 위한 큰 도움”

교황청 방문을 앞둔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흐스는 「바티칸 뉴스」와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와의 공동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감사를 전했다.

Paolo Mastrolilli / 번역 양서희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님, 곧 로마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만남을 준비하고 계신데요. 교황님은 언제나 다자간 공동정책과 인도주의적 노력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해 오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서로 간의 벽을 허물고 다리를 건설해야 함을 피력하셨습니다. 사무총장님께서 교황님과 특별히 논의하려는 주제는 무엇이며, 유엔의 목표를 위해 교황님께서 도와주실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먼저 교황님을 만나 그분께서 걸어오신 길에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교황님께서는 기후문제, 가난과 불평등 문제, 다자간 공동정책 문제, 난민과 이주민 보호 문제, 군비 축소 문제 등 중요한 많은 문제들에 대해 강력한 목소리를 내주셨습니다. 그분의 이러한 행보로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인 기후변화 문제와 평화의 문화를 만드는 것을 포함해, 저희가 바라고 있는 많은 목표를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다리를 건설한다는 탁월한 비유는 제가 방금 말씀드린 여러 목표들을 유엔에서 논의할 때 제가 주안점을 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곧 저희의 목표 달성과 그 달성의 결과를 가장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한 다리를 건설할 수 있을지를 연구했지요.” 

세계적으로 종교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협의 부정적인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종교의 자유 문제는 제가 교황님과 함께 나누고 싶은 또 하나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저는 단지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이나 소속감을 이유로 내세워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등의 모든 종교적 편협함을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모스크에서, 그리고 미국의 회당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참사와 스리랑카의 동방교회를 겨냥했던 폭탄테러와 같은 일들은 그 어떤 종교적 신념과는 상관없이 모든 이가 그들의 인권을 온전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조치의 시급성을 드러냅니다. 다양성은 풍요로움이지 위협이 아닙니다. 단순히 종교적인 이유와 종교적 신념 때문에 공개적으로 모욕당하고, 학대 받으며, 공격당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제 마음도 찢어집니다. 회당에 있었던 유다인들은 살해당했고, 유다인들의 묘비는 ‘나치 문양’으로 훼손됐습니다. 모스크에 있던 무슬림들은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고, 그들의 종교 지역은 파괴됐습니다. 기도하던 그리스도인들도 목숨을 잃었으며, 교회는 불태워졌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저는 두 가지 계획을 추진해 왔습니다. 종교 지역을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며 종교 자유의 권리를 지지하려는 실행계획들입니다. 혐오발언에 맞서고자 하는 유엔의 전사적 전략인데요. 우리는 유엔 문명연대(UNAOC) 고위대표들과 함께 회원국 내 종교인들이 평화 안에서 그들의 예식에 참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이 실행계획의 목표를 두기로 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기도의 집은 묵상과 평화를 위한 안전한 피난처가 되어야지,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테러 지역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또 우리에게는 사회적 융합을 위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공동체들이 그들 고유의 정체성을 보장받고, 그래서 그들이 다른 이들에게도 자신들이 보장받은 것처럼 행동할 수 있게 될 것이며, 그렇게 그들은 사회를 전체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알아즈하르의 대이맘 ‘아흐메드 모하메드 아흐메드 알타예브’와 함께하신 선언은 평화로운 공존과 상호 존중, 그리고 전 세계의 서로 다른 종교 공동체 간 이해를 돕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저는 혐오발언에 맞서고 그로부터의 회복을 돕기 위한 교육의 역할에 대한 회의를 소집하려고 합니다.”

세계적인 이주문제는 지중해에서 일어났던 사건뿐 아니라 전 세계와 관련이 있습니다. 사무총장님께서 유엔난민기구 고등판무관으로 활동하셨으므로 문제에 대해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주민 문제를 마주한 국가들을 돕기 위해 유럽연합은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희 추산으로는 70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집을 잃었습니다. 이 숫자는 20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늘어난 것이고, 지난해 대비 230만 명이 늘어난 것입니다. 매우 충격적이고 끔찍한 숫자가 아닐 수 없지요. 분쟁은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기후 문제나 인구 증가, 급격한 도시화, 식량 확보 문제와 같은 최근의 문제들과도 연관됩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피난길에 오르는 사람들과 인도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피난길에 오르는 사람들의 증가는 우리가 대비책을 찾는 속도보다 더 빠릅니다. 오는 1월 17일 제네바에서 유엔난민기구가 주최하는 세계 난민 포럼을 열어 각국 정상들과 함께 오늘날의 현실에 더 나은 해결책을 찾는 한편 앞으로 다가올 위기들을 대비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자 합니다.” 

“저는 우리가 난민에 관한 글로벌 콤팩트를 통해 공동책임의 약속을 성취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국제 난민 보호 제도를 온전히 재건해야 합니다. 또 우리는 취약계층의 사람들의 뒤통수를 치고 자기 배만 불리는 밀수업자들과 범죄자들과 맞서기 위해 협업해야 합니다. (난민들을 태운 배가) 끔찍하게 침몰하는 사고가 우리에게 흔한 일로 자리잡아서는 안 됩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일은 이 위험한 여정에 발을 들여놓게 한 근본 원인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분쟁과 발전 과제들이 지속될수록,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가족을 위한 더 안전하고 밝은 미래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설 것입니다. 협력과 국제연대는 모든 남녀와 어린이들을 위해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또 우리는 회원국들이 책임을 분담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는 이탈리아 정부의 새로운 정책을 환영합니다. 제가 오래 전 유엔난민기구 고등판무관으로 활동하던 시절에 말했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언급하고 싶습니다. 곧, 이러한 상황을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이탈리아나 그리스와 같은 나라들과 함께 효과적인 유럽 연대를 이뤄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이하 COP25) 전 날, 사무총장님께서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되돌릴 수 없는 시점”에 가까워졌다고 말하셨습니다. 하지만 유엔과 같은 중요한 세계 기구들은 아직 이 시급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COP25조차 아무런 합의를 내지 못한 채 끝났습니다. 반대 의견을 극복하고, 모든 국가들이 2015년 파리에서 합의했던 것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하도록 설득할 묘책이 있으신가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마드리드에서 최근 폐막한 COP25의 결과에 실망했습니다. 국제사회는 환경 위기를 막기 위한 완화, 조정, 경제 분야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중요한 임무를 잊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저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에 도달해야 하며, 지구온도가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과학적 주장에 모든 국가가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2020년을 보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기후위기는 우리 세계의 생존을 건 싸움이 될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 싸움에서 지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의 혹독한 결과를 마주하고 있지만,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해가는 이 현실이 모든 이의 눈에 아직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해결책은 있습니다. 과학이 우리 편에 서 있고, 우리는 새로운 방식의 협업을 이룰 수 있으며, 뿐만 아니라 점점 가속되는 변화의 속도를 느끼고 있습니다. 내년에 우리는 과학 분야의 이야기를 기필코 개진할 것입니다. 모든 국가들은 오는 2030년까지 2010년 온실 가스 배출량의 45% 이하로 줄여가고, 2050년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없앨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여기서 저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없애기 위한 유럽연합의 노력이 참으로 반가운 소식임을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기후운동에 있어 전 세계 국가들에 이 모범을 따르도록 촉구할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12달은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이 시기는 국가적 헌신, 특히 배출량이 많은 국가들의 헌신을 확보하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이 시간을 통해 우리는 오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에 도달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온실가스배출량을 줄이기 시작하는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중거리핵전략조약’과 같은 다른 국제적 무력 제재 조치들이 실패한 이후, 새로운 군비 경쟁이 생겨났습니다. 사무총장님께서는 이 새로운 군비 경쟁의 위험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또 이를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냉전시기에 핵 대립의 위험을 막기 위한 기술들이 개발됐습니다. 또, 군비 축소를 위한 틀이 자리를 잡았지요. 이러한 기술들은 통했고, 핵무기를 놀라울 만큼 축소시키는데 공헌했으며, 핵 무기가 퍼져나가는 것을 막는데 성공했습니다. 제가 심각히 우려하는 것은 우리의 집단 안보에 필수적인 이러한 틀이 퇴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냉전시기에 체결된 매우 중요한 협약들조차 그 틀이 약화됐습니다. 동북아시아 지역이나 중동지역에서 우리가 볼 수 있듯이, 핵 문제를 둘러싼 지역 간 긴장이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핵 군축 문제를 국제적 차원의 문제로 끌어올리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또 ‘핵 확산 방지 조약(NPT)’이 세계적 차원에서 그 위상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군축 문제를 넓은 지평으로 바라보면서, 회원국들이 공동의 비전에 다시 마음을 모으고, 핵무기의 전적인 폐기를 향한 길로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우려고 합니다.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은 기술의 발전입니다. 사이버 공격의 빈도와 심각성이 증가함에 따라 신뢰가 약화되고, 각국은 사이버 공간의 적대적인 사용을 위해 공격적 태도를 취하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사이버 공격이 야기할 새로운 분쟁이 우려됩니다. 인간의 개입 없이 누구든 죽일 수 있는 힘을 지닌 자율적 무기는 정치적으로 용납할 수 없고 윤리적으로도 비열한 행동입니다. 저는 사이버 공간을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력히 믿고 있지만, 아직 이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어떻게 규제할지 국제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우리가 시급하게 마주해야 할 도전입니다.” 

중국과 미국 사이의 긴장은 무역 관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두 번째 냉전을 마주하는 것은 아닌지 몇몇 분석가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무총장님께서는 이러한 생각에 공감하는지요? 그리고 두 번째 냉전을 막기 위해 유엔이 어떤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한편으로 우리는 이 세상이 점점 더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봅니다. 상호연결을 통해 수천만의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기술적인 균열이 야기하는 위기들을 목격합니다. 저는 사실 제가 ‘거대한 균열’이라 부르는 것의 잠재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세상의 두 개의 거대한 경제적 축이 무역과 기술과 같은 분야에서 서로 충돌하여 갈라진다면, 우리는 두 개의 작은 세상이 만들어내는 위기에 직면할 것입니다. 각각의 세상은 각자의 무역과 경제 규칙들을 만들어내고, 그들만의 인터넷, 작위적인 인공지능 전략, 전략지정학적 발전 및 군사적 발전을 마련해갈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피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평화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사람을 안전하게 하는 국제적 규칙을 모두가 수용하는 하나의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강력한 다국적 기구와 함께하는 강력한 다극적 세계가 필요합니다.” 

내년은 유엔 설립 75주년입니다. 오늘날 어떤 국가들은 유엔에 동참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무총장님께서는 다자간 공동 정책에 대한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그리고 유엔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 이탈리아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유엔은 지난 1945년 평화와 발전 그리고 모든 이를 위한 인권을 위한 공동 행동을 지지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어떤 과제들은 지속적으로 주어지기도 하고, 기후위기 문제와 같은 것은 점점 더 악화되기도 하며, 선을 위한 도구로 기술을 사용하기 위한 방법과 같은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유엔 설립 75주년을 국제 대화의 장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저는 전 세계 모든 곳, 각 개인의 삶이 걸어가고 있는 그 자리에서 들려오는 우려와 영감, 그리고 의견들에, 또 100주년을 맞이할 때 유엔이 어떤 모습이었으면 하는지에 대해 유엔이 귀를 기울였으면 합니다.”

“이 계획은 교실과 강당, 국회와 마을회관을 포함해 사회 구석구석까지 이어질 것입니다. 젊은이들에게도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것이며, 국제적 문제에서 잊혀진 사람들이나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그들은 세상의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유엔은 그들이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건설해 나아가도록 어떻게 더 지원할 수 있을까요? 세상이 이야기하는 것과는 반대로, 우리는 더 거대한 국제적 연대와 더 많은 다자간 공동정책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평화와 안보 문제를 말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발전을 촉구할 수 있도록, 인권 신장을 이룰 수 있도록, 불평등을 줄여 나갈 수 있도록, 기후재난을 피할 수 있도록, 함께 일해야 합니다. 우리는 국제법을 존중하는 보편적 제도가 필요하고, 이것은 강력한 다국적 기구를 중심으로 구성돼야 합니다. 하지만 이 다자간 공동 정책은 오늘과 내일의 과제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비전은 유엔 설립 75주년을 맞아 내년의 핵심 목표가 될 것입니다.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제 75회 정기 총회 때 그 결과를 발표할 것이며, 저는 이 대화의 결과를 바탕으로 건설해 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무총장님께서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가 개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개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요?

“저는 안전 보장 이사회의 개혁 없이는 유엔의 완전한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코피 아난 전임 사무총장의 말에 적극 동감합니다. 지금의 이사회는 아직도 1945년의 세상에 머물러 있습니다. 유엔 헌장에 명백하게 쓰여 있습니다. 어떻게 안전 보장 이사회가 개혁될지를 정하는 것은 회원국들에게 맡겨져 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들이 해낼 것이라고 희망합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

16 12월 2019, 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