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달리트 인권보호 위한 ‘블랙데이’ 개최
Michele Raviart / 번역 이재협 신부
달리트(dalit), 곧 카스트 계급에 속하지도 못하는 불가촉천민의 상황은 인도에 만연한 차별의 원인 가운데 하나다. 달리트는 인도 사회의 전통적 관점에서 최하층 계급의 사람들이다. 달리트 계층엔 그리스도인이나 불교도, 무슬림, 시크교도 등이 포함돼 있지만, 이들은 (달리트 가운데서도) 힌두교도 달리트보다 차별을 받고 있다. 이것이 인도에서 1950년부터 매년 8월 10일을 ‘블랙데이(Black Day)’로 정하고 (시위) 행사를 진행하는 이유다. 1950년 8월 10일은 힌두교도 달리트의 인권에 대해서만 특별대우를 규정한 ‘헌법 지정카스트령’이 재입법된 날이다. ‘블랙데이’ 행사는 가톨릭교회를 비롯한 많은 단체가 후원해오고 있다.
교활한 폭력
시간이 흐르면서 시크교도나 불교도는 자신들의 권리를 회복했지만, 그리스도인과 무슬림은 여전히 차별에 희생되고 있으며, 때때로 폭력의 희생자가 되기도 한다. 인도 뭄바이 근교에 위치한 마사이의 대교구장 펠릭스 마차도(Felix Machado) 대주교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달리트가 일상생활에서 겪고 있는 차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폭력은 직접적이지 않지만, 아주 교활하고 은밀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누가 달리트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자신이 속한 카스트 계급을 숨길 수 없습니다. 태양처럼 명확히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달리트에 속하는) 아이들은 학교에 갈 때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교회는 (이런 차별 극복을 위해) 많은 일을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교구 내 달리트 거주 구역에 몇몇 학교를 운영하면서 가능한 모든 아이들을 돌보려고 노력하지만, 정부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통
오늘날 제3세계 국가로 분류되는 인도는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200만 명을 넘어섰다. 확진자 중 대다수가 달리트다. 마차도 대주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들은 일이 있는 곳을 찾아서 전국 이곳저곳을 떠도는 노동자들입니다. 많은 착취를 당한 그들이 다시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감염예방을 위한 이동제한조치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현재의 상황은 진정 ‘십자가의 길’입니다.”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이들
달리트의 삶은 코로나19 대유행 확산예방 문제에 있어 더욱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마차도 대주교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그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가장 가난한 지역, 특히 인구가 과밀된 지역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는 물이 부족할 뿐 아니라 보건위생용품이 부족해 바이러스에 누구보다 취약한 상태입니다. 물이 없는데 어떻게 손을 씻을 수 있을까요? 비누는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그들이 하는 일의 대부분은 돈 있는 사람들이 맡기는 일입니다. 이제 아무도 이들에게 일을 맡기려 하지 않아요. 이 사람들이 바이러스를 옮긴다고 모두가 생각한다면, 이들이 어떻게 다른 집에 가서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대화를 위한 교회의 책임
마차도 대주교는 이 상황을 극복하고 달리트의 인권 회복을 돕는 다양한 종교의 단체들과 수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우리 가톨릭교회 또한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 종교 간 대화를 통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많은 이들이 현실 극복을 위해 노력하지만 아직 사회적 장벽은 높기만 합니다. 왜냐하면 (카스트 제도라는) 사회적 관계 안에서 달리트가 많은 차별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죠. 이들의 고통은 너무나 견디기 힘듭니다. 따라서 교회는 이런 차별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오늘(8월 10일) 인도에서 열린 (‘블랙데이’와 같은) 이런 행사들이 더 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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