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피란민 기억... 수도원 등 예배 장소 파괴 우려
Tiziana Campisi, Leone Spallino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교황은 10월 15일 삼종기도 말미에 “고향을 떠난 실향민들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심각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지난 9월 19일 아제르바이잔이 분리주의 정부를 붕괴시키며 영토를 수복한 뒤 해당 지역의 수많은 아르메니아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고 있다. 아울러 교황은 해당 지역의 예배 장소와 수도원 공동체들을 보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저는 또한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수도원을 비롯한 예배 장소를 파괴하지 말 것을 특별히 호소합니다. 정부와 모든 주민을 비롯해 이 장소들이 지역 문화의 일부이자 다름 속에서 더불어 사는 역량을 증진하는 형제애의 표지로서 존중받고 보호받을 수 있길 바랍니다.”
아르메니아 도착 피란민, 10만 명 넘어
최근 1주일 사이 10만 명이 넘는 이들이 나고르노-카라바흐를 탈출해 아르메니아에 도착했다. 10만 명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전체 인구에 맞먹는 숫자다.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 시는 피란민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대규모 인원의 유입을 관리하는 일은 매우 복잡한 상황이다. 아르메니안 연합 사무총장 겸 밀라노에 위치한 아르메니안 총연맹 대표 가야네 코다비르디 활동가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피란민들은 수도 예레반을 비롯해 아르메니아의 여러 지역에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아르메니아에 친척이 있는 이들은 그곳에 머물지만, 연고가 없는 이들은 학교나 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를 이용해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있지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피란민들에게 긴급히 필요한 것
코다비르디 활동가는 피란민들에게 시급히 요청되는 사안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초기 긴급상황은 어느 정도 지나갔습니다. 이제 중요한 작업은 피란민들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매우 거대한 조직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피란민들이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많은 기금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정신건강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피란민들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습니다. 그들은 9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도시에 갇혀 식량 부족, 의료 및 전기 부족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후 그들은 폭격을 받고 조상들이 살던 땅에서 추방됐습니다.” 아르메니아에 도착한 피란민들이 겪는 큰 어려움 중 하나는 급격한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터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린 상황이다. “그들 중 대다수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당황하고 있으며, 어떻게 삶을 이어갈지 모르고 있습니다. 친지나 지인에게 의지할 기회가 없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런 이들은 홀로 새로운 삶을 개척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심리적 지원과 도움이 매우 긴급히 요청됩니다.” 유니세프는 세계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호소문을 발표한 바 있다.
국제 연대
유엔은 최근 30년 만에 처음으로 이 지역에 지원팀을 파견했다. 또한 모든 아르메니아 카리타스를 필두로 한 국제 카리스타스 네트워크는 피란민 원조 작업에 힘쓰고 있다. 코다비르디가 속한 아르메니안 연합 및 밀라노 총연맹도 원조에 동참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저희는 ‘월드 센트럴 키친’이라는 이름의 비영리기구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 기구를 통해 아르메니아에 도착한 많은 피란민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2만5000명 분의 식사를 마련해 나눠줬습니다.”
번역 이재협 신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