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맹 뇌프” 정치적 형제 공동체 회원들과 함께하는 교황 “슈맹 뇌프” 정치적 형제 공동체 회원들과 함께하는 교황 

교황 “정치는 적대적인 정당 간의 협상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는 대화”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16일 슈맹 뇌프 형제 공동체 회원들을 만나 이주민과 생태 문제에 헌신하는 모습을 높이 평가했다. 교황은 특히 “우리와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이들과의 정치적 만남을 형제적 만남으로 바라보라”고 초대했다. 아울러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폭력적인 대립으로 번지는 위험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정치는 이념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창욱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16일 교황청 클레멘스 홀에서 “슈맹 뇌프(Chemin Neuf)” 정치적 형제 공동체 회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정치가 “만남, 성찰, 행동”이자 “대화”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대화란 “적대적인 정당 간의 협상 노선을 따르는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대화”나 “이념”이 충돌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 존중하는 대화”다. 교황은 상대방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라고 초대하며 “사랑의 최고봉”인 정치에 대한 접근을 새롭게 하라고 초대했다. 비오 11세 교황은 “슈맹 뇌프” 정치적 형제 공동체의 젊은 회원들에게 연설하며 정치를 “사랑의 최고봉”으로 정의한 바 있다. 슈맹 뇌프 공동체는 1972년 프랑스 리옹에서 예수회의 젊은 신학생 로랑 파브르에 의해 시작됐다. 이후 그는 가톨릭 성령 쇄신 단체에서 기도 체험을 한 다음 공동선을 위해 활동하고 복음화에 전념하는 형제 공동체를 설립하는 데 헌신했다.

가난한 이들에게 귀를 기울이기 위해 파리의 노동 계층 구역에서 함께 살기로 선택한 공동체의 일부 회원들의 시도처럼, 특수활동을 구체화하는 유산은 오늘날에도 생생히 이어지고 있다. 교황은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이 정치하는 방식”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적대적인 협상 방식을 넘어

교황은 정치가 “무엇보다 만남의 기술”이라며, 이 만남은 “서로 존중하는 대화 안에서 상대방을 환대하고 차이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더 나아가야 합니다. 복음이 우리에게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요구하므로, 우리는 종종 적대적인 정당 간의 협상 노선을 따르는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대화로 만족할 수 없습니다.”

“슈맹 뇌프” 형제 공동체의 젊은이들을 만나는 교황
“슈맹 뇌프” 형제 공동체의 젊은이들을 만나는 교황

보는 방식을 바꾸십시오

“우리는 특히 우리와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이들과의 정치적 만남을 형제적 만남으로 바라보라고 부름받았습니다. 이는 우리가 대화 상대를 진정한 형제자매,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 생각한다는 걸 뜻합니다.” 그러므로 이 모든 것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과 “조건 없는 환대와 존중”으로 시작한다.

“이런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정치는 ‘일치가 갈등을 이긴다’는 원칙과 달리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고 공동선보다 특정 이익을 추구하려는 폭력적인 대립으로 번지는 위험에 빠집니다.”

공동선

교황은 정치를 그리스도인의 관점에서 검토했다. 곧, 정치는 “성찰”이며 “공동 프로젝트를 고안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황은 18세기 영국 정치인이면서 철학자 겸 저술가, 영국 낭만주의의 으뜸가는 이념적 선구자 중 한 사람인 에드먼드 버크의 말을 인용했다. 버크는 자신의 지역 선거구인 브리스톨의 유권자들에게 “여러분이 선출한 의원은 지역적 이익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른 국회의원들과 함께 국가 전체의 이익인 공동선을 위해 영국 의회에 보내는 사람”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정치가 단순히 서로 다르고 종종 상반되는 이해관계의 충돌이 아니라, 만남을 비롯해 전체적인 선을 추구하기 위한 공동의 성찰을 통해서도 이뤄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교황은 이것이 한마디로 “전체는 부분보다 더 크다”는 의미라며 “이를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우리만의 나침반은 복음입니다. 복음은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인간에 대한 매우 긍정적인 전망을 세상에 가져옵니다.” 

클레멘스 홀에서 “슈맹 뇌프” 형제 공동체의 예방을 받은 교황
클레멘스 홀에서 “슈맹 뇌프” 형제 공동체의 예방을 받은 교황

구체적인 사명

마지막으로 정치는 ‘행동’이다. 교황은 슈맹 뇌프 형제 공동체가 단순히 토론과 의견 교환의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사명”으로 회원들을 인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항상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우리 생각이 냉엄한 현실과 마주하도록 해야 합니다. 모래 위에 집을 짓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면 조만간 혹은 나중에 무너지고 맙니다.” 아울러 교황은 공동체가 이주민과 생태 문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높이 평가했다. 

이념은 안 됩니다

“이 말을 잊지 마십시오. ‘현실이 생각보다 더 중요합니다.’” 교황은 원고를 내려놓고 즉석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정치는 이념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전체는 부분보다 더 크고, 일치가 갈등을 이깁니다. 항상 일치를 구하고, 갈등 안에서 헤매지 마십시오.” 교황은 다시금 연설 원고를 내려놓고, 교황 연설에 앞서 이뤄진 브라질 청년의 발언을 두고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이 친구는 기억, 희망, 아솜브로(asombro, 포르투갈어로 ‘놀라움’)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리스도인 삶은 이러한 아솜브로, 이러한 놀라움 없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놀라움은 내가 예수님 안에 있고 예수님과 함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주님의 위대함, 그분 위격의 위대함, 그분 계획의 위대함을 보며 놀라워하는 것입니다. 참행복의 위대함을 우리 삶의 프로그램으로 삼기 위해 말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단어는 기억입니다. 기억, 희망, 놀라움입니다. 우리가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말할 때, 현재가 없으면 미래도 없고, 놀라움이 없으면 희망도 없습니다.” 

공동기도의 시간

끝으로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놀라워할 수 있도록 복음으로 기도하기 바란다”고 초대했다. 교황은 알현 말미에 클레멘스 홀에서 만난 젊은이들과 함께 기도했다. 젊은이들은 모두 교황을 둘러싸며 저마다 다른 이의 어깨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

“슈맹 뇌프” 형제 공동체의 젊은이들과 함께 기도하는 교황
“슈맹 뇌프” 형제 공동체의 젊은이들과 함께 기도하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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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5월 2022, 1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