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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님, 우리 본연의 아름다움을 지킬 수 있게 우리를 도우소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삼종기도 훈화를 통해 “은총이 가득”하시고 “죄 없으신” 마리아께서 우리를 “본연의 아름다움”에 경탄할 수 있게 이끄신다고 말했다.

번역 김호열 신부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축일 축하합니다!

오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복음은 천사의 예수님 탄생 예고를 우리에게 들려주기 위해 마리아의 집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루카 1,26-38 참조). 가브리엘 천사가 동정녀께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1,28) 하고 인사합니다. 천사는 동정녀를 마리아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그녀가 알지 못하는 새 이름, 곧 ‘은총이 가득한 이’라고 부릅니다. 은총이 가득하다는 것은 죄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 이름은 하느님께서 마리아에게 주신 이름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를 기념합니다. 

마리아가 느낀 놀라움을 생각해 봅시다. 그제서야 마리아는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발견했습니다. 실로 하느님께서는 마리아를 ‘은총이 가득한 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심으로써 그녀가 이전까지 모르고 있던 마리아의 가장 큰 비밀을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우리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럴까요? 우리가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을 가득 채운 원초적 선물, 다른 무엇보다 더 큰 선을 받았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원초적 은총, 이를테면 ‘본연의 은총(grazia originaria)’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원죄(peccato originale)에 대해 말을 많이 합니다만,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우리는 본연의 은총도 받았습니다.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본연의 은총이란 게 무엇인가요? 다름 아닌 우리가 세례 때에 받은 은총입니다. 따라서 이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분에게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세례 때에 받은 이 은총이 중요하다면 여러분 가운데 세례 받은 날을 기억하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생각해 보십시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 대부님이나 대모님,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제가 세례 받은 날이 언제인가요?” 하고 물어보십시오. 그날은 크나큰 은총의 날, 삶이 새로 시작된 날, 우리가 이미 원초부터 받은 은총의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날 하느님께서 우리 삶 안으로 내려오셨고, 우리는 영원히 그분의 사랑받는 자녀가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기뻐해야 할 우리 본연의 아름다움이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 성모님께서는 당신 생애의 첫 순간부터 당신을 아름답게 만드신 은총에 놀라시며, 우리가 우리 아름다움에 경탄할 수 있게 이끄십니다. 우리는 한 이미지를 통해 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례성사 때 받아 입는 흰옷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흰옷은 우리가 수년 동안 우리 자신을 더럽힌 악의 지배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닥친 모든 악보다 더 큰 선이 우리 안에 있음을 떠올려 줍니다. 그 선의 울림을 듣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읍시다. “아들아, 딸아,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너는 나에게 중요하다. 너의 삶은 소중하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낙심할 때, 의욕을 잃을 때, 자신이 쓸모없거나 실수했다고 느낄 때, 우리가 가진 본연의 은총을 생각합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날 이후로 나와 함께 계십니다. 이를 다시 깊이 생각해 봅시다. 

오늘 전례 말씀은 우리에게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을 가르쳐 줍니다. 우리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가가 따르고 싸움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복음은 ‘하느님의 모험(il rischio di Dio)’을 선택하고, 하느님께 “예” 하고 대답한 마리아의 용기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원죄에 관한 창세기의 구절은 유혹자와 그의 유혹에 대항하는 싸움에 대해 말합니다(창세 3,15 참조). 물론 우리 모두는 선을 택하는 것이 어렵고 우리 내면의 선을 지키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이 악의 유혹에 굴복하고, 우리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교활하게 행동하거나 우리 마음을 더럽힐 만한 일을 함으로써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했는지 생각해 봅시다. 혹은 쓸모없거나 해로운 일에 시간을 허비하고, 기도를 미루거나 할 수 있는데도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난 할 수 없어”라고 말했는지 생각해 봅시다. 

그러나 오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역사상 유일하게 죄 없는 피조물이신 마리아께서 우리와 함께 싸움에 동참하고 계시다는 점입니다. 마리아는 우리의 누이이자 자매, 특히 어머니입니다. 선을 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우리는 ‘마리아께 우리를 의탁’할 수 있습니다. 성모님께 우리 자신을 봉헌하면서 의탁합시다. “어머니, 제 손을 잡아주세요. 저를 인도해 주세요. 어머니와 함께라면 악과의 싸움에서 더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제 본연의 아름다움을 되찾겠습니다.” 오늘 우리 자신을 마리아께 의탁합시다. 매일 우리 자신을 의탁하며 이렇게 기도합시다. “성모님, 저는 저의 삶을 당신께 의탁하고, 저의 가족과 저의 일을 당신께 의탁합니다. 저의 마음과 저의 싸움을 당신께 의탁합니다. 당신께 저를 봉헌합니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님, 우리 아름다움을 악으로부터 보호하도록 우리를 도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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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12월 2022, 16:01

삼종기도(三鐘祈禱, 라틴어 Angelus 안젤루스)는 예수님 강생(降生) 신비를 기억하면서 하루에 세 번 바치는 기도다. (이 기도를 바치라는 표시로) 아침 6시, 낮 12시, 저녁 6에 종을 세 번씩 치면서 기도한다. 안젤루스(Angelus)라는 명칭은 라틴어로 시작하는 삼종기도 “Angelus Domini nuntiavit Mariae(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의 첫 단어인 안젤루스(Angelus)에서 유래됐다. 삼종기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에 초점을 둔 세 개의 간단한 계응시구와 세 번의 성모송으로 구성된다. 또한 이 기도는 주일과 대축일 정오에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객들과 교황이 함께 바친다. 삼종기도를 바치기 전에 교황은 그날 독서에서 영감을 얻은 짤막한 연설을 한다. 기도를 바친 다음에 교황은 순례객들에게 인사한다.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는 안젤루스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도인 레지나 첼리(라틴어 Regina Coeli ‘하늘의 모후님’), 곧 부활 삼종기도를 바친다. 삼종기도는 세 번의 영광송을 바치면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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