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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생각지 않게 흘러가더라도 믿고 기다리며 복음의 씨앗을 뿌립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6월 16일 연중 제11주일 삼종기도 훈화를 통해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믿고 기다리며 하느님 말씀의 씨앗을 뿌리면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도 풍성한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싹이 터서 자라고 성숙해질 수 있도록” “주님께서 우리와 동행하시면서 끈기 있게 기다리신다”고 말했다. 삼종기도 말미에 교황은 콩고민주공화국을 비롯해 다른 분쟁 지역을 언급하며 ‘신앙에 대한 증오로’(in odium fidei) 죽임을 당한 그리스도인들을 기억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복음은 씨앗 이미지로 하느님 나라를 알려줍니다(마르 4,26-34 참조).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를 여러 번 사용하시는데(마태 13,1-23; 마르 4,1-20; 루카 8,4-15 참조), 오늘은 씨앗 이미지와 관련된 중요한 마음가짐을 특별히 묵상하도록 초대하십니다. 바로 ‘확신에 찬 기대’라는 마음가짐입니다. 

실제로 씨를 뿌릴 때 농부가 아무리 좋은 씨앗을 많이 뿌리더라도, 아무리 땅을 잘 가꾸어도 당장 싹이 나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걸리고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씨를 뿌린 후에는 믿고 기다리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적절한 때에 싹이 터서 자라고, 마침내 풍성한 수확을 보장할 수 있을만큼 뿌리와 줄기가 충분히 힘을 받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마르 4,28-29 참조). 땅 아래에서는 벌써 기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27절 참조).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겉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꾸준히 땅을 가꾸고 물을 주며 깨끗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도 이와 같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안에 당신의 말씀, 은총의 씨앗, 좋고 풍성한 씨앗을 심어 주신 다음, 끊임없이 우리와 동행하시면서 끈기 있게 기다리십니다. 주님께서는 아버지의 신뢰로 우리를 끊임없이 돌보시지만, 그 씨앗이 선한 일의 열매를 맺을 때까지 싹이 터서 자라고 성숙해질 수 있도록 우리에게 시간을 주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기다려 주십니다. 당신 밭에서 아무것도 유실되지 않고 모든 것이 온전히 성숙해지기를 원하시고, 우리 모두가 낟알이 영근 이삭처럼 자랄 수 있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이렇게 하심으로써 우리에게 모범을 보여주십니다. 곧, 우리가 어디에 있든 확신에 차서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낙심하지 않고 서로 지지하고 도우며, 뿌린 씨앗이 우리와 다른 이들 안에서 자라나 열매를 맺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가르치십니다. 사실 우리 가운데에서 겉으로 보이지 않아도 벌써 기적이 일어나고 있으며 때가 되면 풍성한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우리 자신에게 물어봅시다. 나는 내 안에 말씀의 씨앗이 뿌려지도록 내어 맡기고 있는가? 나도 가정과 일터에서 믿는 마음으로 하느님 말씀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가?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가, 아니면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낙담하는가? 나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그 결과를 모두 주님께 차분히 맡길 수 있는가? 

말씀의 씨앗을 받아들이시고 당신 안에서 자라게 하신 동정 성모님께서 우리로 하여금 더욱 너그럽고 확신에 차서 복음의 씨앗을 뿌릴 수 있게 도와주시길 빕니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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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6월 2024, 22:25

삼종기도(三鐘祈禱, 라틴어 Angelus 안젤루스)는 예수님 강생(降生) 신비를 기억하면서 하루에 세 번 바치는 기도다. (이 기도를 바치라는 표시로) 아침 6시, 낮 12시, 저녁 6에 종을 세 번씩 치면서 기도한다. 안젤루스(Angelus)라는 명칭은 라틴어로 시작하는 삼종기도 “Angelus Domini nuntiavit Mariae(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의 첫 단어인 안젤루스(Angelus)에서 유래됐다. 삼종기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에 초점을 둔 세 개의 간단한 계응시구와 세 번의 성모송으로 구성된다. 또한 이 기도는 주일과 대축일 정오에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객들과 교황이 함께 바친다. 삼종기도를 바치기 전에 교황은 그날 독서에서 영감을 얻은 짤막한 연설을 한다. 기도를 바친 다음에 교황은 순례객들에게 인사한다.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는 안젤루스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도인 레지나 첼리(라틴어 Regina Coeli ‘하늘의 모후님’), 곧 부활 삼종기도를 바친다. 삼종기도는 세 번의 영광송을 바치면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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