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해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세요. 세상은 연민이 필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7월 21일 연중 제16주일 삼종기도 훈화를 통해 해야 할 일과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하느라 정작 본질을 보지 못하는 활동주의의 희생자가 되지 말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쉬는 법을 배우면 궁핍한 이들과 길 잃은 이들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삼종기도 말미에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동안 전쟁을 멈추라고 호소하며 평화를 거듭 촉구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복음(마르 6,30-34 참조)은 제자들이 선교사명을 마치고 돌아와 예수님께 자기들이 한 일을 보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 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31절). 하지만 그들이 배를 타고 떠나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아차리고, 그들보다 먼저 가서 기다립니다.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당신을 기다리는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기 시작하십니다(34절 참조).

한편으로는 외딴 곳으로 가서 좀 쉬라는 예수님의 초대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군중을 가엾이 보시는 예수님의 마음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는 점을 묵상하면 정말 좋겠습니다. ‘쉼’과 ‘가엾이 여기는 마음(연민)’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함께 갑니다. 자세히 살펴봅시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고단함을 염려하십니다. 아마도 우리 삶과 사도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을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의 선교사명이나 우리가 해야 할 일, 우리에게 맡겨진 역할과 소임을 수행하는 데 있어 해야 할 일과 그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일종의 활동주의의 희생양이 될 수 있습니다. 나쁜 습관이죠. 그렇게 되면 우리는 해야 할 일에 과도하게 몰두하고, 그 결과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게 됩니다. 또한 우리는 초조해지고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됩니다.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몸과 마음이 지쳐버릴 위험이 생깁니다. 이는 종종 조급함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 삶과 우리 사회에 대한 중대한 경고이자 교회와 사목 봉사에 대한 중대한 경고이기도 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집착’(dittatura del fare)을 조심합시다! 이는 또한 가족의 필요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생계를 위해 일하러 가느라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을 희생해야 할 경우입니다. 때때로 부모는 아이들이 아직 자고 있는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고, 아이들이 이미 잠든 늦은 저녁에 돌아옵니다. 이는 사회적 불의입니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족 안에서 사랑이 자라나도록 해야 하고,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집착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살도록 강요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봅시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제안하신 쉼은 세상으로부터의 도피나 한낱 개인의 행복에만 머무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혼란에 빠진 사람들을 연민의 마음으로 보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복음에서 ‘쉼’과 ‘연민’이라는 두 가지 현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배우게 됩니다. ‘우리가 쉬는 법을 배워야만 연민이 생깁니다.’ 사실 우리 마음이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불안에 휩싸이지 않을 때, 멈출 줄 알고 하느님을 경배하는 침묵 안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받을 줄 알 때라야 비로소 다른 이들의 필요를 살필 줄 아는 연민의 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나는 하루 일과 동안 멈추는 법을 아는가? 나는 나 자신 그리고 주님과 함께 머무르기 위해 잠시 시간을 낼 수 있는가? 아니면 항상 해야 할 일들 때문에 바쁘고 서두르며 ‘그 조급함에 사로잡혀’ 있는가? 나는 일상의 소란과 활동 속에서도 일종의 내면의 “광야”를 찾는 법을 알고 있는가?

우리의 모든 일상 활동 가운데에서 “성령 안에서 쉼”을 얻고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베풀며 연민의 마음을 품을 수 있도록 동정 성모님께서 도와주시길 빕니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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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7월 2024, 16:03

삼종기도(三鐘祈禱, 라틴어 Angelus 안젤루스)는 예수님 강생(降生) 신비를 기억하면서 하루에 세 번 바치는 기도다. (이 기도를 바치라는 표시로) 아침 6시, 낮 12시, 저녁 6에 종을 세 번씩 치면서 기도한다. 안젤루스(Angelus)라는 명칭은 라틴어로 시작하는 삼종기도 “Angelus Domini nuntiavit Mariae(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의 첫 단어인 안젤루스(Angelus)에서 유래됐다. 삼종기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에 초점을 둔 세 개의 간단한 계응시구와 세 번의 성모송으로 구성된다. 또한 이 기도는 주일과 대축일 정오에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객들과 교황이 함께 바친다. 삼종기도를 바치기 전에 교황은 그날 독서에서 영감을 얻은 짤막한 연설을 한다. 기도를 바친 다음에 교황은 순례객들에게 인사한다.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는 안젤루스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도인 레지나 첼리(라틴어 Regina Coeli ‘하늘의 모후님’), 곧 부활 삼종기도를 바친다. 삼종기도는 세 번의 영광송을 바치면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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