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애는 증오와 전쟁을 종식시키는 열쇠입니다”

아시아-오세아니아 4개국 사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18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 교리 교육을 통해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싱가포르 사도 순방의 주요 여정을 되짚었다. 교황은 “개종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매력으로 성장하는” 크고 활기찬 교회를 만났다고 말했다.

교리 교육: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싱가포르 사도 순방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저는 아시아-오세아니아 사도 순방의 체험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방문을 ‘사도 순방’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단순한 관광 여행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을 전하고 주님을 알리는 여정이자 방문 지역 주민들을 알아가는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이 여정은 참으로 뜻깊었습니다.   

1970년,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은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 곧 태양이 떠오르는 동쪽으로 순방을 시작하셨습니다. 당시 교황님은 필리핀과 호주에서 오랜 시간을 머무르셨고, 여러 아시아 국가와 사모아 제도를 방문하셨습니다. 그 순방은 정말로 잊을 수 없는 여정이었습니다. 바티칸을 처음으로 벗어난 교황은 성 요한 23세 교황님이었습니다. 기차를 타고 아시시로 향하셨죠. 이후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이 최초로 해외 사도 순방을 떠나셨는데, 그 여정은 참으로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도 이번 순방에서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의 발자취를 따르려 했지만,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이 필리핀을 방문하실 때의 연세보다 제가 몇 살 더 나이가 들었던 탓에, 저의 이번 사도 순방은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싱가포르 이렇게 네 나라로 한정해야 했습니다. 젊은 예수회 사제였을 때 그 지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길 꿈꾸던 저에게 이제는 늙은 교황으로서 그 지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사도 순방을 마치고 자연스럽게 떠오른 첫 번째 생각은 우리가 교회를 생각할 때 여전히 지나치게 유럽 중심적이라는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서구적”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실제로 ‘교회는 훨씬 더 큽니다.’ 로마와 유럽을 훨씬 넘어서는, 정말 훨씬 더 큰 교회입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로마와 유럽 외의 지역 교회들은 ‘더 활기차기도’ 합니다. 저는 그곳에서 만난 공동체들, 사제들, 수도자들, 평신도들, 특히 교리 교사들의 체험 나눔을 들으며 이 점을 매우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 교회들은 개종을 강요하지 않고,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이 지혜롭게 말씀하신 것처럼 “매력”으로 성장하는 교회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의 약 10퍼센트가 그리스도인이며, 이 가운데 가톨릭 신자는 3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소수에 속하지만, 제가 만난 교회는 활기차고 역동적이며, 다양성을 조화롭게 통합하는 인도네시아의 매우 고귀한 문화 안에서 복음을 살아내고 전할 수 있는 교회였습니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을 보유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이 맥락에서 저는 그리스도인들이 구세주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동시에 위대한 종교적, 문화적 전통들과 만날 수 있는 길이 바로 연민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연민과 관련해, 주님의 세 가지 특성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친밀함, 자비, 연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가까이에 계시고, 자비로우시며, 연민으로 함께하십니다. 연민 없는 그리스도인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인도네시아 사도 순방 표어는 “신앙(Faith), 형제애(Fraternity), 연민(Compassion)”이었습니다. 신앙, 형제애, 연민을 통해 복음은 매일 구체적으로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삶에 들어가 그들을 환대하고,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은총을 전해줍니다. 이 단어들은 자카르타 주교좌성당과 아시아 최대의 이슬람 사원을 연결하는 지하통로처럼 서로를 연결하는 다리와도 같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저는 형제애가 미래이며, 증오와 전쟁, 반문명적 행위와 종교적 배타주의의 악마적인 계략을 종식시키는 열쇠라는 점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형제적 관계, 형제애가 곧 열쇠입니다. 

선교하는 교회의 아름다움, 세상으로 나아가는 교회의 아름다움을 저는 ‘파푸아뉴기니’에서 다시금 발견했습니다. 태평양의 끝없는 수평선을 향해 펼쳐진 수많은 섬들에서 다양한 민족들이 800개가 넘는 언어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엮어가고 있었습니다. 성령께서 사랑의 메시지를 다양한 언어의 교향곡 속에 울려 퍼지게 하시는 이상적인 환경이 바로 이곳입니다. 성령께서 이루시는 일은 획일성이 아닙니다. 성령께서는 조화를 이루시는 분이십니다. 성령께서는 조화의  “보호자”이시며, 모든 조화의 근원이십니다. 파푸아뉴기니에서 특별한 방식으로 조화의 주역이 된 사람들은 선교사들과 교리 교사들입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선교사와 교리 교사들과 짧게나마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기뻤습니다. 또한 저는 젊은이들의 노래와 음악을 들으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들 안에서 저는 부족 간의 폭력, 종속, 이념적이고 경제적인 식민주의가 없는 새로운 미래를 보았습니다. 형제애와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돌보는 미래 말입니다. 파푸아뉴기니는 복음의 “누룩”으로 활력을 얻는 통합적 발전 모델의 “실험장”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인류는 새롭게 변화된 마음과 영혼을 지닌 사람들에게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들을 새롭게 하시는 분은 오직 주님이십니다. 또한 바니모 방문도 언급하고 싶습니다. 이곳에서 선교사들은 밀림과 바다 사이에서 활동하며, 알려지지 않은 부족을 찾아 밀림으로 들어갑니다. 그들과의 만남은 참으로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그리스도교가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힘은 ‘동티모르’의 역사에서 특히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동티모르 교회는 동티모르 국민 전체와 함께 독립의 길을 걸으며, 언제나 평화와 화해로 이끌어 왔습니다. 이 과정은 신앙을 이념화하는 게 아니라, 신앙이 문화를 형성하는 동시에 그 문화를 밝히고 정화시키고 고양시키는 여정이었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동티모르를 방문하셨을 때 강조하셨던 것처럼, 저는 신앙과 문화가 결실을 맺는 관계를 다시금 강조했습니다. 신앙은 토착화되어야 하고 문화는 복음화되어야 합니다. 신앙과 문화, 이 두 가지가 함께 가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동티모르 사람들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그들은 많은 고난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쁨을 잃지 않았습니다. 고통 속에서도 지혜를 발휘하는 민족이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많은 아이들을 낳는 것에 그치지 않고 – 아이들이 참 많았습니다 – , 그 아이들에게 미소 짓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저는 동티모르 아이들의 미소를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동티모르 아이들은 언제나 미소 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동티모르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미소 짓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그 미소는 동티모르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확실한 보장입니다. 요약하자면, 동티모르에서 저는 교회의 젊음을 보았습니다. 가족들, 아이들, 젊은이들, 수많은 신학생과 축성생활 지원자들로 가득한 교회 말입니다. 과장이 아니라, 저는 거기서 “봄의 숨결”을 느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번 사도 순방의 마지막 방문지는 ‘싱가포르’였습니다. 앞서 방문한 세 나라와는 매우 다른 곳으로, 매우 현대적인 도시국가이자 아시아를 넘어선 세계 경제·금융의 중심지입니다. 싱가포르의 가톨릭 신자는 소수에 속하지만 여전히 활기찬 교회를 이루며 다양한 인종, 문화, 종교 간의 조화를 증진하고 형제애 함양에 힘쓰고 있었습니다. 물질적으로 부유한 싱가포르에서도 “작은 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복음을 따르며 경제적 이익이 보장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희망’을 증거하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 있습니다. 

저를 따뜻하게, 사랑으로 맞아주신 각국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순방이 질서 있게, 아무 문제 없이 이뤄지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각국의 지도자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순방을 위해 협력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번 순방을 선물로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시금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하느님께서 제가 만난 모든 이들을 강복하시고, 그들이 평화와 형제애의 길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주시길 기도합니다! 모두에게 인사를 전합니다! 

번역 김호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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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9월 202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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